K뷰티 붐을 타고 패션 전문업체들이 화장품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성장세가 둔화된 패션보다는 잠재력이 높은 화장품 사업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패션 전문기업 LF는 오는 9월 남성 화장품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선보인다. 이 회사가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여성복, 남성복, 잡화, 아이웨어, 주얼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온 LF는 “앞으론 화장품이 회사의 주력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6년 프랑스 화장품 ‘불리 1803’을 수입·판매하면서 사업 노하우를 익힌 것도 자체 브랜드를 내놓기 위해서였다.

LF 관계자는 “화장품은 신흥국가에 진출할 때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며 “특히 남성화장품은 아직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도 화장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패션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SI)을 통해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했다. 비디비치로 화장품 사업 노하우를 익힌 SI는 2014년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국내 판권과 화장품 편집숍 ‘라페르바’를 인수했다. 이듬해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판권을, 지난해엔 프랑스 향수 ‘딥티크’의 판권을 사들였다.

화장품 판매만 하던 SI는 2015년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업체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올해 2월부터 운영을 시작해 에뛰드하우스, 미샤, 클리오, 더페이스샵 등 여러 브랜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SI는 올해 비디비치로 2000억원,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로 3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디비치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100억원의 매출을 내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안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연 것도 화장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정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시코르는 ‘코덕’(코스메틱+덕후)들 사이에서 ‘뷰티 성지’로 불리며 목표 매출을 20% 초과 달성하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서울점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용산점에 화장품 편집숍을 새로 들여놓는 등 화장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계, 명품패션 등 기존 주력 사업군보다 뷰티 부문 성장세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