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단 한 차례도 ‘진보’의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사진)가 2014년 시장에 당선됐을 때도 50.6%의 득표율로 오거돈 후보의 공세를 뿌리쳤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리턴매치’에 나선 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서 후보는 “뿌린 씨앗을 열매로 거둬야 한다”며 ‘준비된 시장’론을 펼치고 있다.

서 후보는 20일 ‘지역 일꾼’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으로 경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일꾼을 뽑는 게 선거인데 남북한 회담 같은 전국적인 뉴스에 묻혀버렸다”는 것이다.

서 후보는 경쟁자인 오거돈 후보에 대해 “부산에서 명망이 높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결과 등 객관적인 판세에서 열세에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지난 10일에야 시장직 사표를 내는 등 정책을 시민들에게 알릴 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선 상당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책적으로 부산시의 발전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얘기해야 하는데 현 상황은 선거 자체에 몰입해 서로 편 가르는 일에 몰두해 있다”고 말했다.

소모적인 선거 양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서 후보는 신공항 공약을 꼽았다. 오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다시 들고나온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지난 15년간 부산을 극심한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현안을 다시 끌어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했다.

서 후보는 “가덕도에 공항 짓는 걸 반대하는 부산 시민이 있겠냐”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2016년 김해 신공항으로 결정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해를 포기하고, 가덕도로 선회하면 신공항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김해 신공항 사업은 기존 공항 옆 부지에 새로운 활주로와 관제탑, 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해 35개 후보지 중 김해를 최적지로 판단, 국토교통부가 김해 신공항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2030년 유치를 목표로 추진 중인 부산 엑스포 후보지에 대해서도 오 후보와 의견이 뚜렷이 갈렸다. 서 후보는 “국제박람기구 사무총장과 함께 맥도가 국제 기준에 맞다는 데 합의했는데 갑자기 오 후보가 북항에서 2030년 엑스포를 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2035년 북항재개발 사업과도 모순된다”고 했다.

서 후보는 부산의 재탄생을 위해선 ‘준비된 시장’에게 4년의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이던 산업 구조를 첨단 산업으로 변모시키고 2030년 엑스포 유치 등 도시 ‘리모델링’을 완성할 전략이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거대 변환에 필수 요건은 시정의 연속성이라고 서 후보는 강조했다.

그는 기업 유치를 예로 들었다. 부산은 서 시장 재임 기간에 마이크로소프트사 데이터센터 등 총 369개 기업을 유치했다. 이 중 상당수는 ‘시장 서병수’가 약속한 규제 완화 등을 믿고 투자를 준비 중이다. 이들 투자 건이 결실을 보느냐에 부산시 청년 일자리가 결정되는 셈이다. 서 후보는 “나를 믿고 오겠다는 기업이 대부분인데 시장이 바뀌면 투자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