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24가지 음식이 물 흐르듯… '측천무후의 연회'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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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5) 시안과 뤄양
중국의 맛을 찾아서…
중국의 맛을 찾아서…
지난 1000년 동안 베이징이 중국의 수도였다면, 그 이전의 2000~3000년 동안 중원의 수도는 바로 시안(西安)과 뤄양(洛陽)이었다. 시안은 서주 진나라, 한나라에 이어 수나라와 당나라까지 모두 13개 왕조의 수도였다. 뤄양은 동주 후한 수나라 당나라를 포함해 9개 왕조의 수도(九朝古都)였다. 요즘은 뤄양을 하·상·주와 후진을 추가해 13조 고도라고 하기도 한다. 9조 고도였든지, 13조 고도였든지 간에 시안과 뤄양의 도읍 역사를 합치면 하상주에서 한과 남북조를 거쳐 수당과 오대십국까지 중국 고대사와 중고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두 도시는 중국의 고대 왕조의 수도를 주거니 받거니 한 셈이다.
중원의 주 무대 였던 뤄양과 시안
시안과 뤄양은 직선거리로 350㎞밖에 되지 않는다. 시안은 황하 중류의 서쪽 내륙이다. 지금은 섬서성의 수도이자 서북(섬서, 간쑤, 칭하이, 인촨, 신장을 묶은 지역)의 중심 도시다. 뤄양이란 지명은 뤄(洛)라는 강의 북안[陽]이지만 크게 보면 황하 중류의 남안에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허난성의 서부이지만 고대에는 역사의 주 무대가 되는 중원(中原)이었다. 주나라 2대 왕인 성왕의 명령에 따라 아홉 개의 솥을 안치했던 낙읍이 바로 뤄양이다. 두 도시의 배경은 이러하니 이 두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곧 중국의 고대사를 걷는 셈이다.
시안의 병마용은 진시황 능원의 일부이고, 화청츠는 양귀비가 목욕을 하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뤄양 교외의 북망산은 온통 황제의 무덤들이다. 중원에 처음 세워진 불교 사원 백마사는 지금까지도 그 이름을 이어오고 있다. 관우의 무덤은 무덤 자체만으로도 역사가 되기에 충분하고 산을 깎아 불상을 새긴 용문석굴은 불교미술사의 보물이다.
시안과 뤄양에서 역사 고도에 어울리는 음식문화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시안은 섬서성이고 뤄양은 허난성인데 두 지역 모두 중국의 팔대 요리에 속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음식문화로는 독자적인 명성이 도드라지지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여행 경험을 반추해 보아도 이 지역은 서민적인 음식이 기억 창고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주식으로는 밀가루, 고기는 양고기가 많았다. 시안이 실크로드의 종점이고 시안에서 물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바로 뤄양이라서 그런지 후이족 식당과 음식도 많이 기억된다.
전복 상어지느러미까지 넣어 만든 교자
섬서나 산서 음식의 기본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다. 중국인들은 섬서와 산서의 면식을 일양면(一樣麵)이나 백양식(百樣食)이란 말로 압축한다. 한 가지를 백 가지로 만들어 먹는다는 뜻이다. 밀이라는 한 가지 재료가 만터우(소가 없는 빵), 국수, 교자, 바오쯔(찐빵류)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국수만 해도 가늘고 굵은 것은 물론 좁다란 것에서 널찍한 면으로 굵기와 폭에 따라 나뉘고 또 나뉜다. 국수든 교자든 바오쯔든, 찌고 삶고 볶고 지지고 굽는 다양한 조리법이 결합되면 실제 음식은 가지에 가지를 친다. 백양식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이런 다종다양한 면식은 길거리 음식은 물론 작은 식당, 큰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분식점과 같은 작은 식당도 메뉴를 보면 50가지는 보통이다.
여행객으로서 시안에서 최고의 면식은 더파창(德發長)의 교자연(餃子宴)이 아닐까. 중국은 물론 해외에도 잘 알려진 식당이다. 더파창은 시안의 랜드마크인 종루 사거리에 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1936년 베이징 스타일의 교자 식당으로 문을 연후 다종다양한 교자를 개발해 교자연으로 성공한 식당이다. 지금은 교자연으로서는 중국에서 첫손에 꼽는다.
더파창의 교자는 특히나 다양하다. 교자 안에 넣은 소의 재료로 일반적인 고기와 새우, 야채에서 견과류는 물론 고가의 전복이나 상어지느러미까지 없는 게 없다. 교자로 빚어내는 모양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일반적인 반달형은 물론이고 물고기나 꽃, 새 모양에 이르기까지 수공의 기예가 넘친다. 식탁에 올라오면 아까워서 어찌 먹느냐는 탄식도 종종 듣게 된다. 찌고, 삶고, 지지고, 볶고, 굽는 다양한 조리 방법은 말할 것도 없으니 입안에서 느끼는 맛도, 눈으로 즐기는 멋도 잔치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더파창 1층은 간단하게 먹는 일종의 패스트푸드 스타일이다. 적은 인원이 저렴하게 교자 두어 종류와 반찬류를 주문해서 먹는다. 2, 3층은 별도의 방에서는 꽤 비싼 교자연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이 세트메뉴가 더파창의 교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교자연도 등급별로 몇 개가 있다. 입이 벌어질 만큼 비싼 것도 있다. 가장 저렴한 것이 7인용 상차림에 888위안이다.
뤄양 음식점 당나라 복장 입고 요리 설명
연회 스타일의 상차림으로 말하자면 뤄양수석(洛陽水席)이 고도다운 멋과 전통에서 한 수 위다. 우리말로 번안하자면 ‘궁중식이 가미돼 규정대로 차려진 뤄양의 연회 차림’ 정도다. 중국의 이야기로는 당나라 측천무후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음식에 곁들여진 상투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민간과 궁중을 오가면서 형성된 전통이란 것을 설명해준다.
지금은 뤄양시 정부가 기초해서 허난성의 품질규격으로 제정한 ‘뤄양수석 규범’이 있을 정도다. 이에 따르면 뤄양수석은 모두 24개의 음식으로 차려진다. 전팔품(前八品)으로 8개 반찬류[冷菜]가 먼저 오른다. 애피타이저와 술안주가 된다. 그 다음 사진탁(四鎭)으로 4개의 대표적인 요리가 오른다. 다시 팔중건(八中件)이라 하여 8개의 뜨거운 요리[熱菜]가 나온다. 사소미(四掃尾)라 하여 4개의 뜨거운 요리가 작은 그릇은 담겨서 오르면서 뤄양수석이 마무리된다.
뤄양시의 규범에 따르면 음식을 서빙할 때에는 당나라 복식으로 차리고 음식을 하나하나 설명하게 돼 있다. 실제 전문식당에서는 그렇게 한다. 네댓 명이 당나라 복식을 갖추고 입장하면 여행객들의 카메라가 요란하게 터질 수밖에 없다. ‘요리할 때 광천수를 사용한다’는 내용부터 요리마다 어떤 재료를 쓴다는 것까지 세부적인 사항이 규정돼 있다. 궁중과 민간을 오가며 만들어진 음식문화를 현재는 행정관청에서 규정화하고 민간 식당들이 그것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뤄양수석은 고급, 중급, 일반 등으로 나뉜다. 고급 수석에는 메인 요리에 전복과 해삼 등 고가의 요리가 들어간다. 등급에 상관없이 밀가루와 무와 같이 가격이 싼 식재료로 만든 요리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뤄양 음식의 종합판이다. 수석(水席)이란 말은 24가지 음식이 물이 흐르듯이 끊어지지 않고 상에 오른다는 뜻도 있고, 뜨거운 요리는 대부분 맑은 탕으로 조리한 것들이란 뜻이기도 하다. 맑은 탕이 주류를 이루는 만큼 전체적인 맛은 담담하다. 맵고 짜고 얼큰하거나 간이 센 음식은 거의 없다. 단맛이 있어도 그리 강하지 않다. 황제의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이 대개 이런 경향이다. 전부퉁(眞不同)이라는 음식점과 뤄양주자(洛陽酒家)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뤄양의 수석 전문식당이다. 그 외에도 뤄양 시내에는 100여 개가 넘는 수석 전문식당들이 있다고 한다.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은 유명한 식당을 찾지만 현지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식당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뤄양수석은 다른 지방으로 분점을 낸 것이 없다고 한다. 오직 뤄양에서만 맛볼 수 있다하니 지역특성이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다.
윤태옥 여행작가
이메일 kimyto@naver.com
시안과 뤄양은 직선거리로 350㎞밖에 되지 않는다. 시안은 황하 중류의 서쪽 내륙이다. 지금은 섬서성의 수도이자 서북(섬서, 간쑤, 칭하이, 인촨, 신장을 묶은 지역)의 중심 도시다. 뤄양이란 지명은 뤄(洛)라는 강의 북안[陽]이지만 크게 보면 황하 중류의 남안에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허난성의 서부이지만 고대에는 역사의 주 무대가 되는 중원(中原)이었다. 주나라 2대 왕인 성왕의 명령에 따라 아홉 개의 솥을 안치했던 낙읍이 바로 뤄양이다. 두 도시의 배경은 이러하니 이 두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곧 중국의 고대사를 걷는 셈이다.
시안의 병마용은 진시황 능원의 일부이고, 화청츠는 양귀비가 목욕을 하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뤄양 교외의 북망산은 온통 황제의 무덤들이다. 중원에 처음 세워진 불교 사원 백마사는 지금까지도 그 이름을 이어오고 있다. 관우의 무덤은 무덤 자체만으로도 역사가 되기에 충분하고 산을 깎아 불상을 새긴 용문석굴은 불교미술사의 보물이다.
시안과 뤄양에서 역사 고도에 어울리는 음식문화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시안은 섬서성이고 뤄양은 허난성인데 두 지역 모두 중국의 팔대 요리에 속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음식문화로는 독자적인 명성이 도드라지지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여행 경험을 반추해 보아도 이 지역은 서민적인 음식이 기억 창고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주식으로는 밀가루, 고기는 양고기가 많았다. 시안이 실크로드의 종점이고 시안에서 물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바로 뤄양이라서 그런지 후이족 식당과 음식도 많이 기억된다.
전복 상어지느러미까지 넣어 만든 교자
섬서나 산서 음식의 기본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다. 중국인들은 섬서와 산서의 면식을 일양면(一樣麵)이나 백양식(百樣食)이란 말로 압축한다. 한 가지를 백 가지로 만들어 먹는다는 뜻이다. 밀이라는 한 가지 재료가 만터우(소가 없는 빵), 국수, 교자, 바오쯔(찐빵류)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국수만 해도 가늘고 굵은 것은 물론 좁다란 것에서 널찍한 면으로 굵기와 폭에 따라 나뉘고 또 나뉜다. 국수든 교자든 바오쯔든, 찌고 삶고 볶고 지지고 굽는 다양한 조리법이 결합되면 실제 음식은 가지에 가지를 친다. 백양식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이런 다종다양한 면식은 길거리 음식은 물론 작은 식당, 큰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분식점과 같은 작은 식당도 메뉴를 보면 50가지는 보통이다.
여행객으로서 시안에서 최고의 면식은 더파창(德發長)의 교자연(餃子宴)이 아닐까. 중국은 물론 해외에도 잘 알려진 식당이다. 더파창은 시안의 랜드마크인 종루 사거리에 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1936년 베이징 스타일의 교자 식당으로 문을 연후 다종다양한 교자를 개발해 교자연으로 성공한 식당이다. 지금은 교자연으로서는 중국에서 첫손에 꼽는다.
더파창의 교자는 특히나 다양하다. 교자 안에 넣은 소의 재료로 일반적인 고기와 새우, 야채에서 견과류는 물론 고가의 전복이나 상어지느러미까지 없는 게 없다. 교자로 빚어내는 모양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일반적인 반달형은 물론이고 물고기나 꽃, 새 모양에 이르기까지 수공의 기예가 넘친다. 식탁에 올라오면 아까워서 어찌 먹느냐는 탄식도 종종 듣게 된다. 찌고, 삶고, 지지고, 볶고, 굽는 다양한 조리 방법은 말할 것도 없으니 입안에서 느끼는 맛도, 눈으로 즐기는 멋도 잔치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더파창 1층은 간단하게 먹는 일종의 패스트푸드 스타일이다. 적은 인원이 저렴하게 교자 두어 종류와 반찬류를 주문해서 먹는다. 2, 3층은 별도의 방에서는 꽤 비싼 교자연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이 세트메뉴가 더파창의 교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교자연도 등급별로 몇 개가 있다. 입이 벌어질 만큼 비싼 것도 있다. 가장 저렴한 것이 7인용 상차림에 888위안이다.
뤄양 음식점 당나라 복장 입고 요리 설명
연회 스타일의 상차림으로 말하자면 뤄양수석(洛陽水席)이 고도다운 멋과 전통에서 한 수 위다. 우리말로 번안하자면 ‘궁중식이 가미돼 규정대로 차려진 뤄양의 연회 차림’ 정도다. 중국의 이야기로는 당나라 측천무후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음식에 곁들여진 상투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민간과 궁중을 오가면서 형성된 전통이란 것을 설명해준다.
지금은 뤄양시 정부가 기초해서 허난성의 품질규격으로 제정한 ‘뤄양수석 규범’이 있을 정도다. 이에 따르면 뤄양수석은 모두 24개의 음식으로 차려진다. 전팔품(前八品)으로 8개 반찬류[冷菜]가 먼저 오른다. 애피타이저와 술안주가 된다. 그 다음 사진탁(四鎭)으로 4개의 대표적인 요리가 오른다. 다시 팔중건(八中件)이라 하여 8개의 뜨거운 요리[熱菜]가 나온다. 사소미(四掃尾)라 하여 4개의 뜨거운 요리가 작은 그릇은 담겨서 오르면서 뤄양수석이 마무리된다.
뤄양시의 규범에 따르면 음식을 서빙할 때에는 당나라 복식으로 차리고 음식을 하나하나 설명하게 돼 있다. 실제 전문식당에서는 그렇게 한다. 네댓 명이 당나라 복식을 갖추고 입장하면 여행객들의 카메라가 요란하게 터질 수밖에 없다. ‘요리할 때 광천수를 사용한다’는 내용부터 요리마다 어떤 재료를 쓴다는 것까지 세부적인 사항이 규정돼 있다. 궁중과 민간을 오가며 만들어진 음식문화를 현재는 행정관청에서 규정화하고 민간 식당들이 그것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뤄양수석은 고급, 중급, 일반 등으로 나뉜다. 고급 수석에는 메인 요리에 전복과 해삼 등 고가의 요리가 들어간다. 등급에 상관없이 밀가루와 무와 같이 가격이 싼 식재료로 만든 요리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뤄양 음식의 종합판이다. 수석(水席)이란 말은 24가지 음식이 물이 흐르듯이 끊어지지 않고 상에 오른다는 뜻도 있고, 뜨거운 요리는 대부분 맑은 탕으로 조리한 것들이란 뜻이기도 하다. 맑은 탕이 주류를 이루는 만큼 전체적인 맛은 담담하다. 맵고 짜고 얼큰하거나 간이 센 음식은 거의 없다. 단맛이 있어도 그리 강하지 않다. 황제의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이 대개 이런 경향이다. 전부퉁(眞不同)이라는 음식점과 뤄양주자(洛陽酒家)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뤄양의 수석 전문식당이다. 그 외에도 뤄양 시내에는 100여 개가 넘는 수석 전문식당들이 있다고 한다.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은 유명한 식당을 찾지만 현지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식당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뤄양수석은 다른 지방으로 분점을 낸 것이 없다고 한다. 오직 뤄양에서만 맛볼 수 있다하니 지역특성이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다.
윤태옥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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