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딸 얼굴이 팔려 나가고 있었어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고민 글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는 [와글와글]. 오늘은 딸의 얼굴이 프린트된 상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주부 A씨의 사연이다.

흑인 아빠와 A씨 사이에 태어난 딸 칼라(8)는 특유의 몽환적인 눈빛과 타고난 끼로 국내 유수의 키즈 매거진은 물론 해외 라이선스 제품에서도 협업 제의가 이어지는 촉망받는 키즈모델이다.

어느날 A씨는 SNS를 통해 칼라의 얼굴로 보이는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동대문에서 팔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사진으로 확인한 티셔츠 속 주인공은 칼라가 틀림없었다. 몇 년 전 명품 매거진 A사와 찍은 화보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잠실 지하상가에서도 칼라 사진 티셔츠가 팔리고 있다고 알려왔다. 그 사진 또한 라이선스 매거진 E사와 협업한 사진이었다.

A씨가 동대문과 잠실 일대를 다니며 확인해 본 결과 제보받은 사진들 외에도 칼라의 다양한 모습이 인쇄된 제품들이 판매되는 중이었다.
A씨가 증거물 용도로 직접 구입해 온 티셔츠
A씨가 증거물 용도로 직접 구입해 온 티셔츠
당황한 A씨가 경찰에 문의를 해봤지만 "민사 건이라 직접 증거 채증하고 변호사 알아보고 모두 개인적으로 처리하셔야 한다. 모든 절차가 다 끝나면 그때 경찰 접수를 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런 경찰의 조치는 합당한 것일까.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에 대해 "아이 사진 유포와 같은 초상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가 맞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에 어떤 사건에 대해 처벌해달라고 요청하려면 범죄로 규정돼 있어야 하는데 초상권 침해는 불법이지 범죄는 아니다"라면서 "민사 불법행위에 변호사가 나서서 조치 취해도 사진 함부로 뿌리지 못하게 하고 배상금 받을 수 있을지언정 범죄사실이 확정돼도 경찰이나 검찰에 처벌 요청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우리 나라는 초상권 침해에 관대한 나라다. 업체 입장에서는 배상금을 물어내면 되기 때문에 남는 장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초상권 침해가 형사 범죄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음란한 사진 유포하지 않는 한 얼굴 사진 유포는 민사 불법행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칼라의 경우처럼 잡지사와 촬영한 경우에는 저작권이 잡지사에 있기 때문에 칼라의 법정대리인인 A씨는 초상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고 잡지사에서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초상권과 저작권 모두 민사문제이며 저작권은 경우에 따라 형사소송이 될 수도 있지만 처벌이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아이 사진을 가지고 돈만 벌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혼 좀 났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어디서 어떻게 만든건지 직접 알아보기 힘들 듯 하다", "너무 개념없는 사람들이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