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고위관계자 "북미정상회담 잘 끝난다는 전제하의 얘기"
대북제재 해제까지 합의돼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듯
美 대북민간투자 가능성 언급에도 靑 '경협 속도전' 신중론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빠른 속도로 진전돼 민간 분야 지원과 관련한 이야기까지 오가는 상황에서도 남북 경협과 관련해 청와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북 관계 발전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장기적 구상에 경제협력이 분명히 포함돼 있지만 당면한 최대 이슈인 비핵화에 전력을 집중해야 하는 까닭으로 읽힌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카드를 꺼내 들기는 했지만 이는 여전히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만큼 남북 경협과 관련한 이슈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민간투자가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완전 해체에 동의했다고 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에너지(전력)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을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도울 수 있다고도 밝혔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행하면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로 미국 민간자본의 대북 직접 투자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번영 지원 약속'을 구체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을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추진한 서유럽 부흥 지원 계획인 마셜 플랜과 비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맞물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우리 정부도 북한의 인프라 재건 등을 돕는 '신북방정책'에 탄력을 붙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남북 경협 '속도전'으로 이어지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도 북미정상회담이 잘 끝난다는 전제하에 하는 것"이라며 "현 단계에선 한 달밖에 남지 않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가 비핵화와 그에 따른 체제보장 등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있으나 그 전제는 북미회담 성공과 제재 문제의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스탠스는 모든 논의의 전제가 되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타결을 앞두고 다른 의제가 비중 있게 거론되면 부정적 영향을 끼치리라 우려하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비핵화 합의는 물론 대북제재라는 장애물이 남은 상황에서 설익은 논의가 오간다면 실제 남북경협이 추진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달 말에 신북방경제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온 후에 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되기까지는 당분간 제재와 무관한 분야부터 경협에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데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지 오래다.

청와대는 지난 3일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실현을 위한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남북관계발전 분과 산하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를 두고 관련 분야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보나'라는 물음에 "그렇다"며 "(그 외의 것들은) 대부분이 제재에 걸린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