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험만능사회… 안주하는 '간판 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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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출간한 장강명 씨
문학상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장 작가가 문학 공모전 시스템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르포 《당선, 합격, 계급》(민음사)을 냈다. 1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장 작가는 “20대 때부터 소설가의 꿈을 꾸며 ‘한국에서 작가가 되려면 왜 꼭 문학상을 수상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며 “문학 공모전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서 ‘당선’과 ‘합격’만이 사회적 신분으로 굳어지는 문제를 짚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장 작가는 삼성그룹 필기시험장, 문학상 심사 현장 등을 누비며 6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해 이 책을 완성했다. 3년간 취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한국 사회는 ‘시험 사회’이자 ‘간판 사회’”라는 것이다.
“현대 한국 사회의 신분은 그 사람의 ‘간판’으로 나뉩니다. 그 간판을 얻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한국에선 ‘시험’이에요. 시험 합격 한 방으로 얻은 신분은 한 인간의 평생을 좌우합니다. 모든 시험이 견조하게 잘 짜여진 게 아닌데도요.”
잊혀질 만하면 한 번씩 대두되는 ‘한국문학 위기론’의 뿌리 역시 문학 공모전이라는 획일적인 시험제도에 있다고 장 작가는 진단했다. 한 번 등단에 성공하기만 하면 바로 ‘선생님’ 대접을 받고, 등단 후 그럴듯한 작품을 내지 못했더라도 ‘등단작가’라는 신분을 뺏기지 않는 점에서 문학 공모전 역시 국가고시나 대기업 공채와 비슷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문학상을 받은 심재천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었던 소설이 아닌 ‘공모전 모범 답안’대로 쓴 작품으로 등단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쓰고 싶은 작품을 쓰는 대신 시험 준비를 위해 힘을 낭비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정말 슬픈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대단한 낭비 아닌가요?”
장 작가는 ‘합격장’ 대신 다른 종류의 순기능을 하는 간판을 많이 만들어야 사회가 보다 역동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단에서 가장 좋은 간판은 ‘독자의 추천’”이라며 “각종 사이트나 블로그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독자 서평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퇴출’과 ‘수시·경력 채용’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험으로 한 번 뽑히기만 하면 성(城) 안에서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지금의 구조 대신 실력이 없으면 언제든지 성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또 성 밖에 있는 유능한 사람이 언제든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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