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백세] "癌환자는 항암 치료로 임신 어려워… 미리 가임력 보존 치료 받는 게 중요"
“소아암, 유방암 환자 중 특정한 항암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호르몬에 문제가 생겨 나중에 임신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리 가임력 보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암 환자는 치료로 임신 여부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충분히 상담하고 미리 임신 능력을 지키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의 임신과 출산을 성공시켰다. 자궁 안쪽에 암이 생기는 자궁내막암 환자는 대부분 자궁적출술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치료를 시작한 뒤 아이를 낳는 것은 대부분 생각조차 못한다. 구 교수는 환자 상태에 맞는 호르몬 치료와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암도 치료하고 임신도 성공시켰다. 그는 “암 환자라고 임신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항암 치료를 받은 뒤 난소, 정소 기능이 망가지는 암 환자가 많다. 이들은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아이를 갖기 어렵다. 과거에는 암을 치료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에 생식 기능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암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생식 기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린 나이에 백혈병 등 소아암에 걸린 환자는 암에서 회복된 뒤 살아야 할 날이 많기 때문에 생식 기능 보존이 더 중요하다.

서울대병원은 2012년부터 소아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임력 보존 치료를 하고 있다. 배아 동결, 난자나 정자 동결, 정소나 난소조직 동결 등으로 가임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결혼하지 않은 성인 환자는 배아를 동결할 수 없기 때문에 난자나 정자 동결을 주로 한다. 정자를 받아 얼리기가 어려운 아이들은 조직 동결을 많이 한다. 항암 치료 전 난소와 정소 기능을 떨어뜨려 손상을 덜 받게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구 교수는 “항암제에 따라 생식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암 치료를 하는 의사와 환자가 상의해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약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는 “소아암 환자 부모는 아이에게 암이 생겼다고 하면 일단 치료에 집중해 장래 아이가 결혼하고 출산하는 문제까지는 고민하지 않는다”며 “항암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가임력을 보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암 환자뿐 아니다.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조기 폐경 여성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조기 폐경은 전체 여성의 1% 정도에게 생기는 흔한 질환이다. 30세 이전 폐경되는 여성도 1000명당 한 명꼴이다.

구 교수는 “혈액을 통해 난소 나이 검사(AMH·항뮬러관호르몬 검사)를 해보면 가임력 수치가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다”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에게는 AMH 검사를 국가에서 지원해 난소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조기 폐경 위험이 높은 여성은 미리 난자를 동결해 추후 임신을 원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