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기상도는…'비핵화 빅딜' 성공 기대감
핵심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종전선언·평화체제 구축
핵폐기 이행·검증·보상 등 각론 합의가 최대 관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다.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얼굴을 맞대는 두 정상이 한반도 최대 숙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의미 있는 합의를 보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명운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미정상회담은 지난달 27일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공식 추진한다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이어받은 것으로, 지금까지 북미 양측의 기류로 볼 때 기상은 결코 어둡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 직접대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핵화에서 출발해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 수순으로 큰 틀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북한은 특히 판문점 회담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이행하겠다며 전격적인 '핵 동결 선언'을 하고, 억류했던 미국인 3명을 지난 9일 석방하며 정상회담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여기에다 영구적인(permanent) 비핵화를 더한 PVID 등 미국의 비핵화 개념과 원칙이 북한과는 다르고,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 폐기 등 미국의 요구사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큰 물줄기가 해빙 무드 고조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비핵화 논의와 '동전의 양면'격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두 정상이 다뤄야 할 공식 의제다.

남북 정상이 기본 틀을 마련했지만 이를 완성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담판에 달려있다.

평화체제 구축과 더불어 1953년 이후 65년째 비정상적인 정전상태를 종식하는 것 역시 정상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이미 트위터를 통해 밝힌 만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보장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큰 이견이 없는 비핵화만 해도 북한이 바라보는 정의와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CVID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간극이다.

미국은 사실상 '일괄타결'을 주장하지만,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제시한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초반에 중대 양보를 서로 주고받는 '빅뱅' 접근법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의 시간 끌기 시도와 단계적 보상 요구를 차단한다는 계획에서다.

또한 총론에서 합의하더라도 이행 과정과 검증, 보상 문제 등을 놓고 각론상의 합의를 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이번 기회에 비핵화 문제와 체제보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은 '빅딜' 성사 확률을 높이고 있다.

양측이 핵 폐기 목표에 합의하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단계별 이행과 보상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이행 기간을 단축하는 형태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회담에 앞서 북한에 장기억류된 미국인 3명을 석방한 것도 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억류 미국인 귀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의 긍정적인 제스처이자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억류자 석방이 양국 관계의 전향적인 개선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전격으로 발표한 것 역시 성공적인 회담 개최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초에 이어 지난 9일 두 번째로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90분 동안 회담하고 비핵화 문제를 놓고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해, 비핵화 로드맵 빅딜 가능성을 키우고 북미 관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길로 접어들 것을 예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두 정상의 국내 정치 환경 또한 북핵 타결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 가도의 시험대인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내놓을 성과가 필요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벗어나 경제건설 집중을 선언한 김 위원장은 숨통을 죄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푸는 게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실이 없으면 정중하게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김 위원장은 열려 있고 훌륭하다", "북한이 협상 타결에 지금처럼 열정을 가진 적이 없다"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은 '결실을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전용기 편으로 귀국한 억류자들을 환영하며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우리는 아주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할 아주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기반 위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매우 큰 성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정도까지 온 적이 없었다.

(북한과) 지금과 같은 관계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며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우리가 전 한반도를 비핵화할 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