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김정은과 좋은 대화…정상회담 하루이상 걸릴 수도"
내달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이 확정됐다. 판문점 개최가 무산되면서 싱가포르 개최가 유력해졌다. 회담은 경우에 따라 하루 이상 일정으로 열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제는 북·미가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계속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담판 지을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 시기 및 장소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시간과 장소를 모두 확정했다”며 “사흘내 그것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거기서는 안 열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판문점과 경합을 벌였던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최종 낙점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으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무산될 수 있다”면서도 “내 생각에 이것이 매우 성공적인 거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세 명을 석방한 것과 관련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렇게 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전 2시(현지시간) 억류자들이 도착하는 세인트 앤드류 공군기지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시 주석에 감사하고 싶다. 시 주석과 중국은 매우 도움이 돼왔다”면서 “그는 이틀 전 어떤 특별한 것과 관련해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것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방북 후 귀국 길에 급유차 들린 일본 요코타 요코타(橫田)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 “하루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논의할 것이 더 있을 경우 이틀로 늘릴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3시간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해 훌륭하고 긴 대화 시간을 가졌다”면서 “장소와 시간이 결정됐고 다음주 초께 발표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후 발표하겠다고 한 것보다 발표 시점을 늦춰 잡고 있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의제와 관련해 김정은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나 장소에 비해) 의제 관련 논의는 약간 뒤쳐져 있다”며 “우리가 실제로 어떤 것을 논의하길 원하는 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논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애기할 기회를 가질 것이며 양측 모두 두 정상간에 성공적인 미팅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데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즉각 폐기(PVID)을 주장하고 있다.반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논의하되 비핵화 조치에 보상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말에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면담했으며 지난달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방북 목적은 비핵화를 위한 진짜 기회(real opportunity)가 있는가를 파악하려는 것이었으며, 그것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억류 미국인 세명을 석방 조치한 배경에 대해 “모른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위한 좋은 여건들을 설정하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8일 방북해 13시간 머무르는 동안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들을 만났으며, 북미의 실무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회담을 위한 실제적인 실행 계획을 입안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회담하기 전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회담에 참가한 한 미국 측 인사는 북·미 양국이 세부사항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다시 한 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지금 폼페이오 장관이 북 억류 미국인 세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협상들이 유익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초기 협상에서 테이블에 오를 의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주한 미군을 가리켜 “안정화된 주둔군”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