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4개월 만에 국적이탈자가 5700명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국적이탈자의 세 배 수준이다. 국적이탈은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외국인 부모의 영향으로 복수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4월 국적이탈자는 5695명으로 지난해 연간 국적이탈자(1905명)의 세 배를 기록했다. 출입국·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사상 최대 수치다.

올해 국적이탈자가 선택한 국적은 미국이 72.4%로 가장 많았다. 캐나다(11.7%), 일본(8.7%), 호주(3.2%)가 뒤를 이었다. 국적이탈자의 대부분은 18세 미만 남자로 집계됐다. 병역 의무가 강화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되면서 ‘병역기피’를 노리던 복수 국적의 ‘한인 2세’들이 대거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간 법무부에 접수된 국적이탈 신고건수는 3551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49%증가했다. 작년 10월 공포된 개정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미필자인 남자 국적이탈자에게는 국내 취업 및 체류 등이 자유로운 F-4비자 발급이 이달부터 금지된다. 병역을 회피하려는 재외동포가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비자를 받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관련 조항이 개정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원정출산이나 국내 생활기반을 두고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 국적이탈신고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적이탈자 올들어 5700명 '사상 최대'… 이유는 '병역 기피'?
외국 국적 취득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국적상실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적 상실자는 1만9364명, 올 1~4월엔 6952명을 기록했다. 법무부가 대기 중이던 국적상실자를 집중 처리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2016년(3만5000여 명)을 제외하면 2013~2015년 평균치(1만8000여 명)보다 연간 1000명 이상 늘어났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취업이 어려워지고 안보가 불안해지면서 국적을 포기한 젊은 층이 많아진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 “법무부의 담당인력 부족으로 대기 중이던 국적이탈신고 건을 한꺼번에 처리한 점도 국적이탈자가 급증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귀화)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귀화자는 1만86명이었다. 2013년 1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이 귀화 대신 영주권 신청으로 선회한 영향이 컸다. 2010년 70%까지 치솟았던 중국인 귀화자 비중이 지난해 47%(4781명)로 낮아졌다. 반면 결혼이민자 증가로 인해 베트남 귀화자는 계속 늘어 지난해 37%(3742명)를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 국적회복자는 2775명으로 한 해 전보다 소폭 늘었다. 한국에서 노년기를 보내려는 미국 동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적회복자 중 미국인 비중은 59.6%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