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오는 13일까지 ‘기프트 랩’이란 팝업 스토어를 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기 패션·리빙·잡화 브랜드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오는 13일까지 ‘기프트 랩’이란 팝업 스토어를 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기 패션·리빙·잡화 브랜드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2012년 9월 서울 소공동 본점 영플라자에 ‘스타일난다’를 입점시켰다. 백화점이 온라인에서 유명한 패션·뷰티 브랜드에 상설매장을 열어준 건 처음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물건을 싹쓸이했다. ‘온라인 스타’였던 스타일난다가 ‘백화점 브랜드’ 타이틀까지 달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계기였다.

스타일난다는 2014년엔 롯데백화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한국 브랜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후 전국 12개 점포로 스타일난다 매장을 확대했다. 로레알그룹에 약 6000억원에 매각되면서 ‘성공신화’를 쓴 스타일난다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신세계, SNS 팝업스토어 정례화

백화점 강남점에서 11일부터 여는 ‘신세계 브랜드 서울’ 행사. 신세계백화점 제공
백화점 강남점에서 11일부터 여는 ‘신세계 브랜드 서울’ 행사. 신세계백화점 제공
국내 백화점들이 제2의 스타일난다 발굴을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1일부터 사흘간 강남점 8층 행사장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명 패션·잡화 브랜드 30여 개를 한데 모아 ‘신세계 브랜드 서울’이란 행사를 연다.

3만 명의 팔로어를 두고 있는 김민아 씨가 만든 여성 의류 브랜드 ‘바이먼슬리’, 심플한 디자인으로 20~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인 김나리 씨의 ‘심플먼트’, 프리미엄 홈웨어 브랜드 ‘라뉘’ 등이다. 또 북유럽 스타일의 아동복 브랜드 ‘말랑피치’, 아동 이너웨어 ‘마이민’, ‘러브밤비니’, ‘리틀미스왕’ 등도 행사에 참여한다.

신세계백화점이 주말 하루 매출이 1억원 이상 나오는 행사장 자리를 SNS 브랜드에 내준 건 작년 9월 시험 삼아 실시한 SNS 브랜드 판매행사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목표보다 매출이 2.5배나 나왔다.

올해부터는 아예 매년 5, 9월 두 차례 행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신진 패션 브랜드는 백화점 판매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백화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13일까지 압구정본점 행사장에서 SNS 인기 브랜드 임시 매장 ‘기프트 랩’을 연다. 친환경 화장품 ‘인디리’, 프리미엄 유아용품 ‘리틀 유니콘’ 등 20여 개 브랜드가 나온다.

이 백화점 역시 최근 SNS 브랜드 매장을 열어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달 판교점에서 선보인 ‘운현상재’는 닷새간 7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운현상재는 약 12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수입 타일 브랜드다. SNS 유명 맛집인 대구 월배시장 ‘돌쇠떡집’은 이달 1~8일 무역센터점에서 하루 한정 물량 500팩을 전부 팔았다.

◆롯데는 SNS 브랜드 편집숍 확대

롯데는 2012년 스타일난다를 시작으로 2013년 ‘난닝구’, 2014년 ‘임블리’와 ‘트위’ 등 1세대 유명 온라인 브랜드 매장을 잇달아 냈다. 롯데백화점에는 이들 1세대 온라인 상설 브랜드 매장이 50여 곳이나 있다.

작년 말에는 본점 2층에 ‘듀이듀이’, ‘핀블랙’, ‘갈롱드블랑’ 등 여성 SNS 스타 브랜드만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아미마켓’을 열었다. SNS 상설 편집숍은 국내 백화점업계에서 처음 시도한다. 롯데백화점은 연내 부산 본점에도 아미마켓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또 아이를 키우는 SNS 유명인 브랜드만 따로 모은 ‘아미마망’ 매장을 롯데몰 용인점에 입점시키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SNS 브랜드 발굴을 전담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프로젝트팀’을 신설했다. 5년차 이하 20대 평사원 4명으로 구성됐다.

스타일난다를 롯데백화점에 최초 입점시킨 강민규 영캐주얼팀 바이어는 “기성 브랜드만으로는 20~30대 젊은 소비자를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SNS 스타 브랜드 발굴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