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미회담 조율 중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제안받은 듯"
"북미정상회담 발표 늦추는 미국 압박…北, 비핵화 의지 재천명 큰 의미"
中전문가들 "김정은, '허들 높인' 美에 경고…中지렛대로 활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0여 일만에 중국을 재차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데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의 '허들'을 높이며 북한과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을 향한 경고의 의미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두번째 방중에 대해 "미국이 최근 'PVID'(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대량파괴무기(WMD) 폐기 등을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졌다"면서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은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을 꼽으라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라면서 "이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북한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도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조건을 계속해서 높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다고 느낄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거부하고 다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김 위원장이 긴급히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이어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북미가 정상회담과 관련해 접촉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中전문가들 "김정은, '허들 높인' 美에 경고…中지렛대로 활용"
진 교수는 "김 위원장은 40여 일 만에 중국을 재방문하면서 중국과의 전체적인 관계를 돈독하게 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이라는 우군을 확보하고,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변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언급했다.

문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발표문 내용을 거론하며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제 구축에 대해서 심도 있게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중국과 의논한 내용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중국과 의논하는 순간부터 중국의 입장을 반영해 줘야 한다"면서 "북한은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이지 북핵 문제의 당사국인 북미 사이에 중국을 끼워 넣으려는 의도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중국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해 줘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주장하면서 북한과 함께 미국을 압박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도 북한의 의도를 알고 있지만,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손을 들어주면서 앞으로 펼쳐질 큰 판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 교수는 향후 한반도 정세에 관해서는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끼치긴 하겠지만, 북미회담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미간 신경전을 벌이는 것뿐이지 큰 흐름에서는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中전문가들 "김정은, '허들 높인' 美에 경고…中지렛대로 활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