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길가에 즐비한 카네이션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아이 한 명이 감당해야 할 카네이션은 몇 개나 될까? 문득 두려웠다.

필자는 서울 강북 주택가에서 28년째 살고 있다. 골목마다 저녁밥 짓는 소리, 밥 먹으라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 소리, 손자를 업고 재우던 할머니 소리로 가득 찼던 예전의 퇴근길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동네 초등학교도 문을 닫아야 할 처지란다. 뛰어놀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대한민국의 우울한 인구 기록은 10년째 해마다 최악을 경신하고 있다. 2017년 출산율은 1.05명을 기록했다. 신생아 수는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치다. 2025년에는 인구 2.1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미국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가 쓴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에는 번영을 누렸던 국가들의 ‘분열의 원칙’으로 ‘저출산’과 ‘복지병’이 등장한다. 번영을 누린 다음에 필연적으로 출산율 저하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고대 스파르타, 로마제국, 나폴레옹 이후의 프랑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모두 출산율 저하로 어려움을 겪으며 큰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자연 자원 하나 없이 머리, 열정, 인적 자원으로 성장한 나라인 대한민국이 제대로 번영을 누리기도 전에 저출산과 복지병의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못했다. 그저 출산, 경력단절, 육아를 여성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고 교육, 주거, 취업문제는 포퓰리즘에 편승해 세금으로만 막아왔다. 막대한 돈을 썼지만 정작 국민은 정부의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이미 비혼과 경력단절 공포로 인한 출산 외면 등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 ‘결혼·출산 포비아’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단순 출산율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인구 구조를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할 시기가 턱밑까지 다가왔다.

국가는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두 명이 열심히 벌어 한 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인구 구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300년 후 ‘인구소멸 1호 국가’로 지목되며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가. 인구 컨트롤타워인 ‘인구처’ 신설. 후세들을 위해 이제는 실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