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이 매크로(자동반복 실행 프로그램)를 활용해 대규모 댓글조작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 중인 드루킹의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과 비교해 양적으로 1700배가 넘는 불법 행위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 대선 당시에도 비슷한 방식의 댓글조작을 감행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동원된 ID 614개 아닌 2290개

서울지방경찰청은 7일 전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인 드루킹(본명 김동원·49)이 지난 1월17~18일 이틀간 676개 네이버 기사에 달린 2만여 개 댓글에서 불법 매크로를 활용해 210만여 회 공감 클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기가 원하는 내용의 댓글을 ‘베스트 댓글’로 끌어올려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드루킹 일당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등으로부터 확보해 사용한 네이버 아이디만 2290개에 달했다.
675개 기사에 210만회 '부정 클릭'… 드루킹 대규모 여론조작 사실로
이는 검찰이 지난달 17일 기소한 기존 범죄 혐의보다 훨씬 심각한 불법 행위가 추가로 확인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공소장에는 1월17일 오후 10시2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45분까지 ‘남북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종합)’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 1건에 달린 댓글 2개에서 각각 606회, 609회의 매크로 공감 클릭을 한 것으로 적시됐다. 아이디 수도 614개에 그쳤다.

공감 클릭 수를 기준으로 보면 조작 건수(210만여 회)가 기소 내용(1215회)보다 1750배나 많다. 기사 건당 평균 3100여 회의 불법 공감 클릭이 이뤄진 셈이다. 경찰은 1월17일 남북단일팀 기사에서도 2개가 아니라 50개 댓글에서 총 2만3000여 회의 매크로 불법 클릭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을 조만간 공소 사실에 추가하고 관련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기소 내용대로라면 기껏해야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드루킹 일당의 여죄를 찾고 관련 증거를 확보할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측 변호인은 지난 2일 첫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대신 조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대선 댓글조작’으로 향하는 수사

드루킹 일당의 추가 범죄가 속속 드러나면서 입건되는 피의자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소된 피고인은 드루킹 본인을 포함한 세 명이지만 경공모 조직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 스태프 또는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한 핵심 요원 21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입건된 피의자는 총 30명이다.

경찰의 칼끝은 이제 지난해 대선을 향하고 있다. 드루킹이 1월17일 전에도 댓글조작을 벌였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핵심은 ‘킹크랩’으로 불리는 매크로 전용 서버를 이전에도 사용했는지 여부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은 1월17일에만 시험삼아 매크로를 내려받아 사용했다고 진술했으나 전용 서버까지 구축했던 만큼 신빙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추가 혐의를 밝혀내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의 연계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드루킹은 김 의원에게 2016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3000여 건에 달하는 기사 URL을 포함한 메시지 115개를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달 4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23시간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김 의원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조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피의자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