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로드릭(왼쪽), 야오양.
대니 로드릭(왼쪽), 야오양.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무역전쟁은 정치적인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경 노선으로 많은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일부 산업의 소수 근로자를 위해 대다수 노동자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드릭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화 및 경제발전 이론의 대가다. 그는 《세계화 패러독스》라는 책에서 ‘세계화, 민주주의, 국민국가’라는 세 가지 개념이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입증해 주목받았다. 국민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세계화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하지만 로드릭 교수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해 “다자간 무역의 공정성을 되찾기 위한 목적이더라도, 그런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자국 내 문제를 감추기 위한 속임수라고도 했다. 로드릭 교수는 “세계화로 이익을 본 기업과 자본가들이 소외계층에 빵을 나눠주도록 하는 조치는 전혀 없다”며 “무역전쟁은 자국 내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문제를 은폐하려는 쇼”라고 주장했다.

야오양 중국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 역시 무역전쟁이 상대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다만 야오 교수는 미국의 대(對)중국 조치가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됐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미국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역전쟁에 나선 이면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며 “단순히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는 차원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야오 교수는 “중국이 자본주의 개혁·개방에 나서면 미국은 같은 철학을 공유하게 될 것이란 믿음을 지난 40여 년간 가져왔다”며 “하지만 중국은 더 이상 설득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며 미국의 전략적 라이벌일 뿐이란 게 미국인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장기 집권 체제를 완비하는 등 당초 기대와 다른 길을 걷자 미국의 이 같은 인식이 확고해졌다는 분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