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 프랑스 원기 질량
100년간 100㎍ 정도 가벼워져
과학자들 '불변의 상수' 제안
일상생활선 큰 변화 없어
각국은 이런 이유로 질량을 비롯해 길이, 시간, 질량, 온도, 광도, 전류, 물질의 양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7가지 기본단위를 만들어 엄격히 지키고 있다. 이 중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을 비롯해 전류 단위인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의 정의가 내년에 바뀐다. 표준연에 따르면 오는 11월13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이들 4개 국제단위계(SI)를 재정의하는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다. 바뀐 정의는 내년 5월20일 ‘세계 측정의 날’부터 적용된다.
불변의 상수로 기본단위 재정의
측정의 척도인 기본단위를 재정의하는 건 단위 자체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g만 해도 그동안 프랑스의 국제도량형국에서 보존 중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 질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원기는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이뤄진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각국은 1889년 제작한 이 원기와 똑같은 국가 원기를 만들어 통일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원기는 다른 물질에 비해 정도는 작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질량 변화가 생기는 건 피하기 어렵다. 실제 원기는 지난 100년간 1년에 1㎍씩 100㎍ 정도 가벼워졌다.


기본전하로 전류 단위 정의

온도(K·켈빈) 단위도 상수를 이용해 새로 정의하기로 했다. 열역학적 온도 기본 단위인 K는 원래는 물의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공존하는 삼중점을 기반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수소와 산소로 이뤄지는 물 분자가 동위원소 구성에 따라 삼중점 온도에 차이가 나는 한계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물질 대신 에너지와 온도를 연결시켜주는 기본상수인 ‘볼츠만 상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측정대상이던 물리상수의 값을 고정시키고 역으로 온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기체 내 음속 측정을 통해 온도를 측정하는 음향기체온도계를 통해 정확한 볼츠만 상수를 찾고 있다. 양인석 책임연구원은 “영국과 프랑스 기관이 아르곤 가스를 활용한 측정에서 서로 다른 값을 내면서 일어난 혼란을 한국이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며 “올 11월 최종 결정되는 온도 단위 재정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바뀌는 것 없어
물질의 양 역시 부정확한 질량에 의존하고 1몰에 들어있는 입자수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다. 탄소-12의 0.012㎏에 들어있는 원자수 대신 아보가드로 상수(1몰에 들어있는 입자수)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양을 척도로 사용하자는 게 새 개정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기본단위를 재정의한다고 평소 사용하는 단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갑자기 측정한 질량이 더 늘어나고 온도차가 심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지금은 첨단 기술인 위성항법시스템도 시간과 길이 단위가 발전하면서 탄생했다”며 “거시적 수준에서 이뤄졌던 질량이나 온도 측정이 원자 및 양자 등 미시적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