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질량·전류 나타내는 ㎏·A 등 기본단위 재정의… 내년 5월부터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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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물질의 양 등 4개 국제단위 재정의키로
㎏ 기준 프랑스 원기 질량
100년간 100㎍ 정도 가벼워져
과학자들 '불변의 상수' 제안
일상생활선 큰 변화 없어
㎏ 기준 프랑스 원기 질량
100년간 100㎍ 정도 가벼워져
과학자들 '불변의 상수' 제안
일상생활선 큰 변화 없어
과학자들은 작은 질량차가 갖는 의미가 의외로 크다고 입을 모은다. 단 1g 차이만 나도 큰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득도 보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5월 초 수도권에 판매된 적상추 4㎏ 가격은 1만3000원으로, 이를 그램(g)으로 환산하면 1g에 3.25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한국금거래소가 공시한 순금 1g 가격은 4만8800원으로 나타났다. 상품에 따라 1g 차이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크게 다르다.
각국은 이런 이유로 질량을 비롯해 길이, 시간, 질량, 온도, 광도, 전류, 물질의 양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7가지 기본단위를 만들어 엄격히 지키고 있다. 이 중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을 비롯해 전류 단위인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의 정의가 내년에 바뀐다. 표준연에 따르면 오는 11월13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이들 4개 국제단위계(SI)를 재정의하는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다. 바뀐 정의는 내년 5월20일 ‘세계 측정의 날’부터 적용된다.
불변의 상수로 기본단위 재정의
측정의 척도인 기본단위를 재정의하는 건 단위 자체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g만 해도 그동안 프랑스의 국제도량형국에서 보존 중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 질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원기는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이뤄진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각국은 1889년 제작한 이 원기와 똑같은 국가 원기를 만들어 통일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원기는 다른 물질에 비해 정도는 작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질량 변화가 생기는 건 피하기 어렵다. 실제 원기는 지난 100년간 1년에 1㎍씩 100㎍ 정도 가벼워졌다. 과학자들에겐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방식으로 질량을 정의할 필요가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 변할 수밖에 없는 물질 대신 변하지 않는 숫자인 상수로 질량을 정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과학자들은 ㎏을 플랑크 상수를 써서 정의하기로 했다. 플랑크 상수는 와트 저울로도 불리는 ‘키블 저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과 연결된다. 이 저울은 기계적 일률과 전기적 일률이 같다는 원리를 이용해 플랑크 상수를 산출한다. 플랑크 상수 단위에는 ㎏과 현존하는 정확한 길이 단위인 m 그리고 초가 포함되는데 이들 값을 입력하면 역으로 ㎏을 정의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각국이 측정한 수치를 종합해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이 측정한 값을 토대로 플랑크 상수의 값을 결정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2010년부터 키블저울 개발에 착수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늦었지만 현재 기술 수준은 세계 5위권 수준에 이른다. 이르면 2020년쯤에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과 측정 정확도를 비교하는 국제 비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전하로 전류 단위 정의
질량의 정의에 변화가 발생하면 다른 단위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인 몰이다. 현재 몰의 정의는 탄소-12의 질량을 바탕으로 정의됐기 때문에 ㎏ 정의가 바뀌면 정의가 흔들린다. 질량은 전류(A·암페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전류의 정의를 새롭게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전에는 단면이 0에 가까운 무한히 긴 두 도선 사이에 미치는 일정한 힘으로 전류 기본단위인 A를 규정했다. 김남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이는 개념적인 기준일 뿐 실제 실험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전류에선 전자 1개의 '기본전하'를 나타내는 상수(e)를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단위 시간당 전하의 흐름’으로 전류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전류 기본단위 정의에는 질량과 시간, 길이가 사용됐지만 새 정의는 초(s) 하나로 간단하게 표현된다. 전류 기본단위를 실현하는 데는 ‘단전자 펌프 소자’가 사용되고 있다. 마치 펌프가 지하수를 끌어올리듯 전자를 한 개씩 제어해 주기적으로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류량은 전자의 전하량과 발생빈도를 곱한 값만으로 표현할 수 있어 전류 기본 단위를 정의할 수 있다. 표준연 연구진도 2015년 전류 기본단위 재정의에 활용될 세계 최고 수준의 단전자 펌프를 개발했다. 0.1나노암페어(1nA=10억 분의 1A) 전류를 100만 분의 1 수준의 정확도로 만들어 낸다.
온도(K·켈빈) 단위도 상수를 이용해 새로 정의하기로 했다. 열역학적 온도 기본 단위인 K는 원래는 물의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공존하는 삼중점을 기반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수소와 산소로 이뤄지는 물 분자가 동위원소 구성에 따라 삼중점 온도에 차이가 나는 한계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물질 대신 에너지와 온도를 연결시켜주는 기본상수인 ‘볼츠만 상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측정대상이던 물리상수의 값을 고정시키고 역으로 온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기체 내 음속 측정을 통해 온도를 측정하는 음향기체온도계를 통해 정확한 볼츠만 상수를 찾고 있다. 양인석 책임연구원은 “영국과 프랑스 기관이 아르곤 가스를 활용한 측정에서 서로 다른 값을 내면서 일어난 혼란을 한국이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며 “올 11월 최종 결정되는 온도 단위 재정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바뀌는 것 없어
물질의 양 역시 부정확한 질량에 의존하고 1몰에 들어있는 입자수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다. 탄소-12의 0.012㎏에 들어있는 원자수 대신 아보가드로 상수(1몰에 들어있는 입자수)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양을 척도로 사용하자는 게 새 개정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기본단위를 재정의한다고 평소 사용하는 단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갑자기 측정한 질량이 더 늘어나고 온도차가 심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지금은 첨단 기술인 위성항법시스템도 시간과 길이 단위가 발전하면서 탄생했다”며 “거시적 수준에서 이뤄졌던 질량이나 온도 측정이 원자 및 양자 등 미시적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각국은 이런 이유로 질량을 비롯해 길이, 시간, 질량, 온도, 광도, 전류, 물질의 양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7가지 기본단위를 만들어 엄격히 지키고 있다. 이 중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을 비롯해 전류 단위인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의 정의가 내년에 바뀐다. 표준연에 따르면 오는 11월13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이들 4개 국제단위계(SI)를 재정의하는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다. 바뀐 정의는 내년 5월20일 ‘세계 측정의 날’부터 적용된다.
불변의 상수로 기본단위 재정의
측정의 척도인 기본단위를 재정의하는 건 단위 자체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g만 해도 그동안 프랑스의 국제도량형국에서 보존 중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 질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원기는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이뤄진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각국은 1889년 제작한 이 원기와 똑같은 국가 원기를 만들어 통일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원기는 다른 물질에 비해 정도는 작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질량 변화가 생기는 건 피하기 어렵다. 실제 원기는 지난 100년간 1년에 1㎍씩 100㎍ 정도 가벼워졌다. 과학자들에겐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방식으로 질량을 정의할 필요가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 변할 수밖에 없는 물질 대신 변하지 않는 숫자인 상수로 질량을 정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과학자들은 ㎏을 플랑크 상수를 써서 정의하기로 했다. 플랑크 상수는 와트 저울로도 불리는 ‘키블 저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과 연결된다. 이 저울은 기계적 일률과 전기적 일률이 같다는 원리를 이용해 플랑크 상수를 산출한다. 플랑크 상수 단위에는 ㎏과 현존하는 정확한 길이 단위인 m 그리고 초가 포함되는데 이들 값을 입력하면 역으로 ㎏을 정의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각국이 측정한 수치를 종합해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이 측정한 값을 토대로 플랑크 상수의 값을 결정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2010년부터 키블저울 개발에 착수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늦었지만 현재 기술 수준은 세계 5위권 수준에 이른다. 이르면 2020년쯤에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과 측정 정확도를 비교하는 국제 비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전하로 전류 단위 정의
질량의 정의에 변화가 발생하면 다른 단위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인 몰이다. 현재 몰의 정의는 탄소-12의 질량을 바탕으로 정의됐기 때문에 ㎏ 정의가 바뀌면 정의가 흔들린다. 질량은 전류(A·암페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전류의 정의를 새롭게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전에는 단면이 0에 가까운 무한히 긴 두 도선 사이에 미치는 일정한 힘으로 전류 기본단위인 A를 규정했다. 김남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이는 개념적인 기준일 뿐 실제 실험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전류에선 전자 1개의 '기본전하'를 나타내는 상수(e)를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단위 시간당 전하의 흐름’으로 전류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전류 기본단위 정의에는 질량과 시간, 길이가 사용됐지만 새 정의는 초(s) 하나로 간단하게 표현된다. 전류 기본단위를 실현하는 데는 ‘단전자 펌프 소자’가 사용되고 있다. 마치 펌프가 지하수를 끌어올리듯 전자를 한 개씩 제어해 주기적으로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류량은 전자의 전하량과 발생빈도를 곱한 값만으로 표현할 수 있어 전류 기본 단위를 정의할 수 있다. 표준연 연구진도 2015년 전류 기본단위 재정의에 활용될 세계 최고 수준의 단전자 펌프를 개발했다. 0.1나노암페어(1nA=10억 분의 1A) 전류를 100만 분의 1 수준의 정확도로 만들어 낸다.
온도(K·켈빈) 단위도 상수를 이용해 새로 정의하기로 했다. 열역학적 온도 기본 단위인 K는 원래는 물의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공존하는 삼중점을 기반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수소와 산소로 이뤄지는 물 분자가 동위원소 구성에 따라 삼중점 온도에 차이가 나는 한계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물질 대신 에너지와 온도를 연결시켜주는 기본상수인 ‘볼츠만 상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측정대상이던 물리상수의 값을 고정시키고 역으로 온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기체 내 음속 측정을 통해 온도를 측정하는 음향기체온도계를 통해 정확한 볼츠만 상수를 찾고 있다. 양인석 책임연구원은 “영국과 프랑스 기관이 아르곤 가스를 활용한 측정에서 서로 다른 값을 내면서 일어난 혼란을 한국이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며 “올 11월 최종 결정되는 온도 단위 재정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바뀌는 것 없어
물질의 양 역시 부정확한 질량에 의존하고 1몰에 들어있는 입자수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다. 탄소-12의 0.012㎏에 들어있는 원자수 대신 아보가드로 상수(1몰에 들어있는 입자수)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양을 척도로 사용하자는 게 새 개정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기본단위를 재정의한다고 평소 사용하는 단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갑자기 측정한 질량이 더 늘어나고 온도차가 심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지금은 첨단 기술인 위성항법시스템도 시간과 길이 단위가 발전하면서 탄생했다”며 “거시적 수준에서 이뤄졌던 질량이나 온도 측정이 원자 및 양자 등 미시적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