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주한미군 철수론… 북한 입장 어땠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차례 주한미군 존재 인정…북미정상회담서 재확인 가능성
북중 입장 달라…북 "평화협정 체결하면 OK" vs 중 "동북아 안정에 불필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에 불을 댕긴 것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발언.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견해를 서둘러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주한미군 철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문 특보의 해임까지 거론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북한은 어떤 입장을 취해왔을까?
그리고 문 특보의 말대로 평화협정을 체결 이후에는 주한미군 주둔 당위성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일까?
우선 북한 지도부는 겉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한편 속으로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해왔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소련이 붕괴한 이래 주한미군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왔다.
1992년 1월 북미 간 평화협정이 논의될 당시 김일성 주석은 김용순 노동당 비서를 미국으로 보내 아널드 캔터 미 국무차관에게 북미 수교를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제안하면서 통일 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거절했다.
2000년 6월 14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나눈 대화 속에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북한의 입장이 드러난다.
당시의 대화 내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김정일은 북한이 1992년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신 역시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언론 매체를 통해 계속 미군 철수를 주장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북한 지도부는 방북한 여러 서방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에게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2003년 발간한 회고록 '마담 세크레터리'(Madam Secretary)'에서 2000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묻자 그가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회고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냉전 이후 북한 정부의 관점이 바뀌었다"면서 "미군은 이제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론인 출신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활약했던 고(故) 셀리그 해리슨도 생전 북한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하고 있다고 줄곧 강조했다.
해리슨은 1996년 미국에서 열린 한반도 문제 세미나에서 1995년 9월 군사정전위원회 북측 대표인 이찬복 중장을 만난 사실을 밝히면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한-미 안보조약은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는 이 중장의 발언을 전했다.
해리슨은 당시 동석했던 김영남 외교부장(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미군이 당분간 한반도에 주둔해 안정 유지 기능을 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으며, 다른 북한 관리들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리슨은 워싱턴포스트 동북아지국장 재직 시절이던 197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2009년 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이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래 주한미군의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왔다"며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겨냥한 '강대국 정치'를 하는 맥락을 북한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고려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중 하나이며, 북한도 미국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보장인데 추후 종전협정, 평화협정 체결, 관계 정상화, 경제협력 논의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이 주한미군을 허용하기를 바랄 것이고, 북한은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내부적으로 미국을 '최대·최고의 적대 대상'으로 삼았고,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전쟁을 재발할 암덩어리로 규정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최고지도부가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속내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북한 주민을 상대로 이런 점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아울러 주한미군 문제는 때로는 '북중 공동의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주일미군은 물론 주한미군의 존재가 미국의 영향력을 떠받치는 무력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한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침략 위협에 맞선 한미동맹의 결과물이라는 한미 양국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은 북한 이외에 베이징(北京) 등 중국 동북부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력으로 여긴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중국이 '경악'하고 격렬히 반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북한 역시 핵 문제로 인한 '한국·미국·일본 vs 북한·중국 대립 구도'에선 중국과 함께 주한미군의 철수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현실에서는 이전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자체가 북미정상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을 알기에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밀하게 밝힌 것처럼 결국 주한미군을 용인할 공산이 커 보인다.
반면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인 중국으로선 평화협정 체결 논의 과정에서, 자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키려 할 것이고 그 논쟁 지점은 눈엣가시와도 같은 주한미군이 될 개연성이 높다.
평화협정 체결 과정과 체결 후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특보도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이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의 발언이 나온 뒤 문 대통령이 신속히 주한미군을 한미동맹의 문제로 규정하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무관함을 강조한 것은 주한미군을 둘러싼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아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혼선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문 특보는 논란이 지속하자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조약(협정)이 체결되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북한과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하면 자연히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지, 제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차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연합뉴스
북중 입장 달라…북 "평화협정 체결하면 OK" vs 중 "동북아 안정에 불필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에 불을 댕긴 것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발언.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견해를 서둘러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주한미군 철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문 특보의 해임까지 거론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북한은 어떤 입장을 취해왔을까?
그리고 문 특보의 말대로 평화협정을 체결 이후에는 주한미군 주둔 당위성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일까?
우선 북한 지도부는 겉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한편 속으로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해왔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소련이 붕괴한 이래 주한미군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왔다.
1992년 1월 북미 간 평화협정이 논의될 당시 김일성 주석은 김용순 노동당 비서를 미국으로 보내 아널드 캔터 미 국무차관에게 북미 수교를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제안하면서 통일 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거절했다.
2000년 6월 14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나눈 대화 속에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북한의 입장이 드러난다.
당시의 대화 내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김정일은 북한이 1992년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신 역시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언론 매체를 통해 계속 미군 철수를 주장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북한 지도부는 방북한 여러 서방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에게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2003년 발간한 회고록 '마담 세크레터리'(Madam Secretary)'에서 2000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묻자 그가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회고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냉전 이후 북한 정부의 관점이 바뀌었다"면서 "미군은 이제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론인 출신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활약했던 고(故) 셀리그 해리슨도 생전 북한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하고 있다고 줄곧 강조했다.
해리슨은 1996년 미국에서 열린 한반도 문제 세미나에서 1995년 9월 군사정전위원회 북측 대표인 이찬복 중장을 만난 사실을 밝히면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한-미 안보조약은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는 이 중장의 발언을 전했다.
해리슨은 당시 동석했던 김영남 외교부장(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미군이 당분간 한반도에 주둔해 안정 유지 기능을 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으며, 다른 북한 관리들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리슨은 워싱턴포스트 동북아지국장 재직 시절이던 197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2009년 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이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래 주한미군의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왔다"며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겨냥한 '강대국 정치'를 하는 맥락을 북한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고려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중 하나이며, 북한도 미국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보장인데 추후 종전협정, 평화협정 체결, 관계 정상화, 경제협력 논의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이 주한미군을 허용하기를 바랄 것이고, 북한은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내부적으로 미국을 '최대·최고의 적대 대상'으로 삼았고,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전쟁을 재발할 암덩어리로 규정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최고지도부가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속내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북한 주민을 상대로 이런 점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아울러 주한미군 문제는 때로는 '북중 공동의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주일미군은 물론 주한미군의 존재가 미국의 영향력을 떠받치는 무력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한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침략 위협에 맞선 한미동맹의 결과물이라는 한미 양국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은 북한 이외에 베이징(北京) 등 중국 동북부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력으로 여긴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중국이 '경악'하고 격렬히 반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북한 역시 핵 문제로 인한 '한국·미국·일본 vs 북한·중국 대립 구도'에선 중국과 함께 주한미군의 철수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현실에서는 이전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자체가 북미정상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을 알기에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밀하게 밝힌 것처럼 결국 주한미군을 용인할 공산이 커 보인다.
반면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인 중국으로선 평화협정 체결 논의 과정에서, 자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키려 할 것이고 그 논쟁 지점은 눈엣가시와도 같은 주한미군이 될 개연성이 높다.
평화협정 체결 과정과 체결 후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특보도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이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의 발언이 나온 뒤 문 대통령이 신속히 주한미군을 한미동맹의 문제로 규정하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무관함을 강조한 것은 주한미군을 둘러싼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아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혼선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문 특보는 논란이 지속하자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조약(협정)이 체결되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북한과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하면 자연히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지, 제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차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