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적 비핵화에 방점…북미정상회담 앞둔 美의 강수인 듯
폼페이오 PVID 거론, 北에 이란식 핵합의 불가 '대못박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영구적이고(permanent),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irreversible)인 핵폐기(dismantling)', 즉 'PVID'를 제기함에 따라 그 함의에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전념하고 있다"며 PVID 개념을 거론하면서다.

폼페이오는 지난달 12일 인준 청문회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보상을 제공하기 전에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비핵화) 성과를 확실히 얻어내기 위해"라는 표현을 쓰며 영구적 비핵화를 거론한 적이 있으며 취임식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기존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년)때부터 이어져 온 미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원칙은 PVID에서 앞에 한 글자만 다른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였으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나온 PVID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에 외교가의 시선이 모인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기본적으로 'CVID'와 'PVID'에는 용어의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 핵폐기의 수위면에서 과거 정부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목표를 상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영구적 비핵화는 완전한 비핵화보다 강도 높은 표현으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외에 일고 있는 '불완전한 타협' 우려를 종식시키려고 보다 강도 높은 용어를 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PVID는 북한 핵무기, 핵물질, 핵 시설 외에도 관련 데이터 파괴, 핵개발 관련 인력의 해외 유출이나 재취업 등도 추진하려는 것으로 과거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에 유사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목표인 만큼 다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표현을 바꾼 것일 수 있어 보인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비핵화 대상(핵시설, 핵무기 핵물질 등)의 완전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항구적 비핵화'는 그 완전한 비핵화가 시간적으로 지속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그것을 이행했다가도 판이 깨지면 북한이 다시 원점에서 핵무장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불가역적 비핵화'를 강조하기위해 '영구적'이라는 단어를 넣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합의'라며 비판해온 이란 핵합의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일 수 있다.

핵물질과 핵 물질 생산 시설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다시 핵무기 개발의 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이란 핵합의를 비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논거였다.

일각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옛 소련 연방국가들의 핵무기 제거 및 핵시설 해체 과정에서 미국이 핵무기 개발에 종사하던 과학자 등이 평화적인 분야로 전직할 수 있도록 도왔던 이른바 `넌-루가 법'이 북한에 적용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하드웨어' 차원의 비핵화를 넘어 '소프트웨어' 비핵화까지 이루려면 핵개발 인력들의 '연착륙'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다만 어떤 경우에든 과학자들의 머리속에 있는 '노하우'까지 지울 수 없고, 북한에 대량 매장된 우라늄을 없앨 수 없다는 점에서 영구적 핵 폐기를 기술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영구적 비핵화'는 북한이 요구할 '영구적 체제보장'과 맞바꾸는 방식을 통해 정치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