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끌이’로 달려온 한국 경제의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반도체 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성장을 주도했지만 올해부터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증가 속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주택 건설 부진으로 노동 수요가 둔화되면서 올해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해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마저 꺾이면 어쩌나…
LG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2018년 국내외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겠지만 국내 경제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투자 흐름을 살펴보면 한국의 설비투자가 세계 투자를 다소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투자에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 한국에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중간재 중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게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투자가 실행됐기 때문에 투자의 증가 속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부족했던 공급 능력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서 반도체 단가 상승세도 올 하반기 중에는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생산 능력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이외 산업에선 아직 마땅히 수출이나 투자를 이끌어갈 부문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수요 부진으로 전망이 어둡고, 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들의 ‘물량 밀어내기’로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4월 수출은 500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했고, 다른 주력 수출 품목 증가세는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LG경제연구원은 고용 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놨다. 올해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해보다 10만 명가량 줄어든 20만 명을 예상했다. 성장 둔화 속에 고용 활력도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 때문에 중기적으로 3% 성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