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넘어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중·일 협력 당부할 듯
일본의 관심 의제에 귀 기울이고 중국의 역할론도 확인 전망
中日 정상과 회동하는 문 대통령… 비핵화 동력 끌어올리나
오는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 기간 중국과 일본 정상을 잇달아 만나 '판문점 선언' 속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일차적 당사자는 남북과 미국이겠지만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넘어서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만큼 주변 열강인 중국과 일본의 협력을 끌어내는 후속조치에 착수하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사실을 발표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중국 측에 남북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의지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 만큼 향후 비핵화 여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달 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이 남북·북미대화를 지지한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를 만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에게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비핵화 협상이 단계별 이행 과정과 검증, 보상 등의 문제와 결부돼 있어 결국에는 예컨대, 과거 중국이 의장국을 했던 6자회담 같은 다자 틀을 통해 종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역시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까지 한 후 필요하다면 6자회담까지 관련 논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러한 구상을 꺼낸다면 중국은 물론 6자회담 틀 내에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일본과도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를 순조롭게 마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내다본다는 점에서도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논의는 한국전쟁 당사자인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 논의는 견고한 남북미 3자 구도 안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 담긴 종전선언 구상을 계기로 중국이 관여할 명분이 생긴 만큼 이번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한중 관계를 정립할지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와 별도로 진행될 한일 정상회담에서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부터 일본을 겨냥해 온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요청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북미를 중심으로 한 비핵화 관련 한반도 정세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 구도를 탈피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일본이 자신들을 포함한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들고나올 경우 문 대통령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중국 역시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에 경계감을 보여 문 대통령이 그런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 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언급될 때부터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판문점 선언' 중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라는 대목에서 '또는'이라는 표현 때문에 중국이 빠진 종전선언 가능성에 불만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후 미국·일본·러시아 정상과 통화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는 통화하지 않자 그 배경에 중국 내 불만 여론이 있지 않으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러나 기자들을 만나 "중국 외교라인을 통해 회담 결과를 충분히 설명했고 중국이 사의를 표했다"며 이러한 해석에 선을 그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리 총리에게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에 보내준 성원에 사의를 표하는 한편,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에 협조를 당부함으로써 중국의 역할론을 확인하고 중국 내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