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를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독일 등 6개국은 2015년 7월 ‘이란은 농축우라늄·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고 유엔은 이란 제재를 푼다’는 내용의 핵협정을 체결했으나 미국은 지난해부터 협정 개정을 요구하며 이란을 거세게 압박해 왔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국영방송에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면 놀랄 만한 대응을 하겠다”며 “NPT 탈퇴도 우리가 고려하는 세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이라고 말했다. NPT 탈퇴는 다시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미국이 핵합의에서 철수한다면 준엄하고 가혹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합의 준수와는 별개로 여전히 테러지원국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경제 제재를 가하는 한편 기존 핵합의를 수정하기 위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달 12일이 시한인 대(對)이란 제재 유예를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사찰하고, 10~15년으로 한정된 이란 핵프로그램 제한 기간을 폐지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 준수를 위한 막판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이 중재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란이 핵합의 재협상에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