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후반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였다. 중동을 중심으로 정유·화학 플랜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4년부터 7년간 주가도 40배 뛰었다. 하지만 경쟁적인 저가 수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3년과 2015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고 주가도 1만원대 아래로 고꾸라졌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수주가 늘고,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빅데이터 이 종목] 삼성엔지니어링 '5년 만에 다시 찾은 봄'
◆이어지는 해외 수주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200원(-1.07%) 내린 1만845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주가가 빠졌지만 올 들어서만 48.79% 뛰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쌍끌이’ 매수가 상승을 이끌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64억원, 9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수주가 늘면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분기 6조9000억원까지 떨어졌던 수주 잔액이 2분기부터 증가했다. 그 결과 2016년 8조원까지 떨어졌던 수주 잔액은 지난해 10조3000억원으로 회복됐다. 올해도 수주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엔 2조8500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정유회사인 아드녹 리파이닝의 해상중질유 처리시설을 수주했다. 지난달 초엔 UAE 아드녹 리파이닝의 자회사가 발주한 51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전년 수준의 수주는 쉽게 달성할 것”이라며 “상당한 수준으로 수주 물량을 채웠기에 이제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선별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주 지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는 중동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전망했다. 아시아 지역 화학·정유사들이 지난 3년 동안 호황을 누렸는데 설비 투자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일괄도급방식(EPC) 기업 시장은 화학·정유회사 시황을 1~2년 정도 뒤따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는 호황기 초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만5000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뚜렷해지는 실적 개선세

실적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영업이익은 1662억원으로 지난해(469억원)보다 254.44% 늘어날 전망이다. 순이익 기준 흑자전환도 예상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실적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올해 흑자전환 후 2020년까지 연평균 30%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선 작년보다 수주 증가율이 높지 않고 주가도 많이 올라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김세련 SK증권 연구원은 “수주가 증가해도 인력을 갑자기 많이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신규 수주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높은 편이라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29.39배다. 업종 평균(12.96배)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