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초 1만원에 육박하던 계란 한 판(30개 들이 특란 기준) 가격은 이달 초 4000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커피 한 잔보다 싸진 것이다. 계란 한 판의 산지가격은 1000원대로 떨어졌고 양계농가는 “생산비도 못 건지게 됐다”며 시름에 빠졌다.
커피 한 잔보다 싸진 계란 한 판… 卵 어떡해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계란 한 판의 평균 소매가는 1년 전 7470원보다 44.1% 하락한 4174원을 기록했다. 월별 평균가 기준으로 2008년 1월(4418원) 후 최저 가격이다. 전통시장과 소규모 슈퍼마켓 등 일부 지역에서는 3000원대에 팔기도 한다.

계란값 폭락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생산농가에서 기르는 산란계(알 낳는 닭) 수가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늘어난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271만 마리로, 이전 최고 기록이던 2015년 9월 7209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의 5160만 마리에 비해 40.9% 늘어났다.

계란값 폭락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초 전국을 덮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전체 산란계의 36%인 2517마리가 살처분된 이후 AI 여파가 잠잠해지자 양계농가들이 한꺼번에 산란계를 키우기 시작했다. 업계는 작년 말 기준 7271만 마리에 이르는 산란계 사육 규모가 적정 수준보다 1000만 마리 정도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계협회는 계란값 폭락에 대응해 산란계 대량 도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부터 55주령 이상 산란계 850만 마리를 도태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도태에 들어가는 비용은 1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협회는 이런 자구노력 대가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중에 남는 계란을 사들여 가공용 등으로 비축해주길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AI가 다시 확산되면 계란값이 다시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계업계가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 AI 사태 때 일부 업자의 계란 매점매석 행태에 이어 작년 여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양계업계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