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관계 당국 지침에 따라 특정 영화인 지원 배제…피해사례 56건" "세월호·용산참사·밀양송전탑 등 키워드 작품은 '문제영화'로 거론"
영화진흥위원회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노릇을 한 데 대해 국민과 영화인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4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대국민·영화계 사과문을 통해 "영진위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취임한 오 위원장은 내부 진상 조사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 실행 사례 등을 파악해왔다.
오 위원장은 "영진위는 2009년 당시 각종 지원사업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사실상 청와대와 국정원 등 정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원작 혹은 지원자를 결정하는 편법 심사를 자행했다"면서 "이는 2008년 8월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에서 주도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에 따라 실행된 조치라는 분석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지금까지 확인된 2009∼2016년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56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09년 단체지원사업에서 인권운동사랑방·노동자뉴스제작단·인디포럼 작가회의 등 촛불시위 참여단체를 배제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사업의 공모제 전환과 사업자 선정에도 부당개입했다.
아울러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의 심사 과정에도 부당하게 개입해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 '다이빙벨'을 상영한 여러 예술전용관과 독립영화전용관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절반으로 삭감했다.
2015년 예술영화 지원사업에서 박찬경 감독은 '야권 지지자'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이송희일 감독과 오멸 감독은 진보성향이라는 이유 등으로 각각 청와대로부터 지원 배제 지시를 받기도 했다.
세월호·용산참사·밀양송전탑·국가보안법·한진중공업·간첩·KT 노동자·강정해군기지·일제고사 거부 등의 '키워드'와 관련된 30편의 독립영화·다양성 영화 등은 '문제영화'로 거론되며 2014∼2016년 지원사업에서 배제당했다.
피해사례에는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 1심 선고 결과와 감사원 기관운영감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중간 조사 결과로 밝혀진 사실 이외에 영진위가 자체 파악한 14건 등이 추가로 포함됐다.
오 위원장은 "당시 청와대와 관계 당국은 특정 영화인 배제 지침을 영진위에 하달하고, 영진위는 각종 지원 신청작(자)에서 이 지침과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작품과 영화인을 선별해 보고했고, 관계 당국은 특정 작품의 지원 배제 여부를 영진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이를 바탕으로 편법 심사에 협조할 수 있는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심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통보받은 작품과 영화인을 배제해 영화발전기금 지원을 막았다.
오 위원장은 "심지어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영진위 내부 직원을 별도 관리해 불이익을 준 사례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내부 '영진위 과거사 진상 규명 및 쇄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통해 후속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를 본 영화인에게 사과와 피해 복원 등 후속 조처를 하는 한편, 제도적인 재발 방지책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위원장은 이와 함께 새 위원회의 역점 추진 과제로 △ 아시아 영화진흥기구 설립 △ 영화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위한 한국영화 제작보증 기금 조성 △ 초·중·고 공교육 영화 과목 정규화 추진 △ 온라인 통합전산망 구축 등을 제시했다.
출연한 뮤지컬 작품 수가 지난해 5개에 달했다. 웬만한 베테랑 배우가 아니고서는 소화하기 힘든 물량이다. 일부 작품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그것도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예술의전당 무대였다. 뮤지컬을 오래 한 원숙한 배우 얘기가 아니다. 뮤지컬에 데뷔한 지 만 2년이 채 안 된 원태민 배우 얘기다.원태민은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와 만나 "특출난 능력보다는 '노력파'라는 기질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한창 많이 할 때는 하루 연습 시간이 12시간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습을 좋게 평가한 뮤지컬 스태프들 덕에 좋은 평판이 생겼고, 그 영향으로 작품 출연 제안을 연달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원태민이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지망한 건 아니다. 그는 당초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는 길을 걸었다. 대구에서 1993년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에 2013년 입학하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배우로서의 '운명'은 예상치 못하게 입대와 함께 다가왔다. 키가 컸던 덕에 그는 군 의장대로 차출됐고, 여기서 배우 지망생들과 함께 군 생활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원태민은 "의장대에 키가 큰 사람이 많다 보니 배우 지망생이 많았다. 그들을 보며 '나도 배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군 복무를 하며 입시를 준비해 전역을 3개월 앞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합격했다"고 했다. 기존에 다니던 대학은 자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동경했지만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며 "우연히 주어진 기회를 노력으로 붙잡았다"고 했다.원태민은 필모그래피는 2024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떠나온 곳보다 약 1.5배 큰 경기도 양평에서의 시간이 미끄러져 흐른다. 도심의 그 모든 소음이 낙엽 속에서 침묵하고, 긴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 ::서후리의 서후리숲시린 공기 내려앉은 마을 언덕길을 오른다. 길은 서후1리에서 서후2리로, ‘서후리숲’이란 이름을 지명에서 따온 것도 알아차린다. 욕심 없이 담백한 이름은 숲과 닮았다. 숲에는 오직 숲뿐이다. 건너온 마을도 보이지 않는다.매표소에서 8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자, 작은 안내 책자와 함께 간단한 설명도 건네진다. 서후리숲은 사유림으로 약 30만 평의 부지 중 10만 평 규모가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잣나무와 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숲, 층층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백합나무가 어우러져 어우러진 A코스는 약 1시간, 노약자도 쉽게 돌아볼 수 있는 침엽수림 B코스는 약 30분이 소요된다.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흐르는 연못은 숲 곳곳에서 졸졸졸, 이방인을 따른다. 잣나무 숲에 퍼진 은은한 솔향 냄새를 맡으며, 겨울 색 짙은 숲길을 걷는다. 붉은 잎 떨어진 단풍나무숲은 융단 길이 되었고, 하얀 나무줄기가 군락을 이루는 자작나무 숲은 바람결에 사각이는 나뭇잎 소리 쉼이 없다.한겨울에도 숲은 춥지 않다. 여느 계절보다 붐비지 않아도 외로운 마음이 깃들지 않는다. 숲이 날 사랑하는구나 깨닫는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은 이러한 감정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바이오필리아는 인간이 자연과 생명체에 대해 본능적으로 느끼는 애착과 사랑을 의미한다.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숲, 물, 바람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진화해왔다. 빛의 변화를 느끼
선한 눈망울과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고(故) 안성기의 영정 사진은 1987년, 그가 서른 아홉 살이던 해 연세대 신촌 캠퍼스에서 찍은 사진이다.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 촬영장에서, 사진작가 구본창이 기록했다.구본창 작가와 안성기 배우는 1982년 처음 만났다. 역시 배창호 감독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 촬영장에서였다. 독일 유학 중이던 구본창 작가가 잠시 한국에 들어와 친구였던 배창호 감독의 일터를 찾아간 게 인연이 됐다. 이후 구본창 작가는 안성기 배우의 모습을 여러 차례 카메라에 담았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감춰지지 않던 그의 깊고도 고요했던 순수함을 구본창 작가는 흑백 사진으로 남겼다. 영정사진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는 유가족의 연락을 받고, 요며칠 구본창 작가는 과거의 사진들을 모두 꺼내보았다. 그중 고인의 부인인 오소영 씨가 가장 좋아했던 사진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인생의 유한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구본창 작가가 40년이 넘은 고인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아르떼에 공개한 그 시절의 안성기를, 지금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