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물품 강탈후 풀어준 경우 많지만 석방대가 요구 사례도
가나 해역 피랍 국민, 상태·위치·납치목적 '깜깜'
아프리카 가나 인근 해역에서의 우리 어선 마린 711호 피랍 사건은 지난 26일 발생이후 31일 현재까지 5일이 경과하도록 피해자들의 위치와 상태, 납치 세력의 신원과 구체적인 요구사항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정부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수역에서는 단순히 금품 강탈을 목적으로 한 납치 사건이 많았지만 석방 대가를 요구한 사례도 있어 정부는 상황을 예단하지 않은 채 구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피랍 경위 = 한국 선사가 운영하는 500t 규모의 참치잡이 어선 마린 711호는 3월 26일 오후 5시30분(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27일 오전 2시 30분) 나이지리아 해적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가나 인근 해역에서 납치됐다.

배에는 선장, 항해사, 기관사 등 한국인 3명과 주로 가나 국적인 선원 40여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해적 9명은 마린 711호를 납치하기 전 그리스 선적 선박 2척을 탈취하려다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 2명을 납치해 억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적들은 미리 잡아두고 있던 외국인들을 마린 711호에 태운 뒤 나이지리아 해역 쪽으로 이동했다.

이후 추적하던 나이지리아 해군 항공기의 경고를 받자 해적들은 나이지리아와 베냉의 경계 해역에 우리 국민 3명과 그리스인 1명 등 외국인 2명을 하선시켜 자신들의 스피드보트에 태우고는 선원들로부터 탈취한 금품, 노트북 컴퓨터 등을 갖고 달아났다.

피랍됐던 마린 711호는 지난 28일 가나 테마항에 도착했고, 한국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은 자유의 몸이 됐다.

나이지리아 해군 함정 2척이 통제 가능한 거리에서 피랍된 마린 711호를 추적중이었지만 나이지리아-베냉 경계 수역에서 해적들은 속도가 훨씬 빠른 스피드보트로 옮겨타고 달아났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당국자는 "해양 관할 관련 관행상 다른 수역으로 들어갈 땐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하기에 추격하던 나이지리아 해군 선박은 나이지리아 경계를 넘어서기 바로 직전 회항했다"고 전했다.

◇납치 세력·요구사항 미상 =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하에, 정부가 문무대왕함을 파견하고 경찰 영사를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서고 주변국에도 도움을 요청한 상태지만 31일 현재 납치세력 측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의 안전 여부, 소재지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납치 세력의 구체적인 정체와 요구 사항도 미지수여서 사안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현재로선 속단키 어려워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31일 "사건 발생 해역에서 일어난 과거 사건들에 비춰 몸값 등을 요구하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 풀어줄 수도 있고, 몸값을 달라며 협상을 요구해올 수 도 있다"며 "어느 쪽이라고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최근 3∼4개월간 가나 근해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들의 경우 해적들이 그 해역에서 잡힌 참치나 유류, 선원들의 금품 등을 탈취한 뒤 풀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지난 1월 유조선이 납치 엿새만에 풀려난 경우가 있었고, 작년 독일의 한 선박은 20일만에 풀려났다고 한다.

하지만 한 인도 선박은 3만 달러의 석방대가를 요구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한편, 재외국민보호 담당 부처인 외교부는 당초 지난 27일 피랍 국민의 신변안전 등을 이유로 최종 구출시까지 엠바고(보도 유예)를 전제로 출입기자들에게 사건을 설명했으나 아직 피해자들 소재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31일 돌연 보도자료를 내고 사건을 공개했다.

해외 납치사건때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납치 세력이 요구 사항을 높이는 경우가 있어 석방 협상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석방시까지 사건 보도를 유예할 것을 언론에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