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에 제빵사를 파견한 협력업체들이 임금체불을 시정하라는 고용노동부 지시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정지시는 강제력 없는 행정적 권고·지도사항에 불과해 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정부의 행정지도로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할 때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30일 국제산업 등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곳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을 상대로 낸 시정지시 처분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아예 법원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에 가맹점 제빵기사들의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약 110억원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에 업체들은 고용부의 시정지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내고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정지시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행정부의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해선 행정 심판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업체들은 고용부의 시정지시를 무조건 따르거나 일단 과태료를 문 다음 적법 여부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계에서는 행정심판법에서 법적 쟁송 대상이 되는 ‘처분’의 범위를 개인의 권익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 작용 전반으로 넓혀 법정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