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29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자금 조성 논란에다 채용비리 의혹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DGB금융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대구은행장에서 물러난 데 이어 회장 자리도 내놨다. 그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 및 고객, 임직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 사퇴에는 채용비리 의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은행권 채용비리 집중조사 과정에서 대구은행의 2016년 채용비리 3건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 시작이다. 검찰은 지난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대구은행을 압수수색했고, 2015~2017년에 30여 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채용비리 과정에 박 회장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불기소로 끝난 비자금 조성 의혹과 달리 채용비리 후폭풍은 컸다. 박 회장은 지난 23일 대구은행장직을 사임했지만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6일 “채용비리 혐의가 있는 박 회장이 대구은행장직만 사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즉각 사퇴하지 않으면 죗값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도 28일 “비자금 의혹 수사에서 채용비리 혐의에 이르기까지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대구은행을 바라보는 지역민과 고객들을 향해 사죄한다”며 “30일 예정돼 있는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박 회장이 지주 회장직을 사퇴한 뒤 다음 은행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도 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퇴진 요구가 거셌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다음달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계는 회장 및 행장대행을 뽑고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 안팎에선 현재 유일한 사내이사인 김경룡 DGB금융 부사장이 회장대행을, 역시 유일한 대구은행 사내이사인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이 행장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희은/대구=오경묵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