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10~20년간 세계 원유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장기 협정을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26일 미국 뉴욕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러시아 정부는 국제 유가 폭락 후 지난해 1월 시작된 단기 감산 합의를 연장하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우리는 1년 단위 감산 합의를 10~20년간 합의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큰 그림에서는 합의했지만, 세부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는 유가가 2014년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2016년 3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러시아를 비롯한 비 OPEC 산유국들과 감산 합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추가 상승은 제한되고 있다.

앞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도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은 내년에도 세계 원유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감산 협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오는 6월 예정된 OPEC 회의에서 감산 기간을 2019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는 1990년부터 원유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 OPEC와 협력해왔지만, 10~20년간 합의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주요 원유 수출국들이 장기간 세계 원유 공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경우 국제 유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빈살만 왕세자는 로이터에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식 상장이 시장 상황에 따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