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삼각함수'에 끼어든 중국…더 복잡해진 한반도 비핵화 방정식
미국, 중국에 "제재 느슨해지면 안된다" 압박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것으로 27일(현지시간) 확인되면서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수락한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 응답을 보내지 않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섬에 따라 '5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새 변수가 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미 행정부가 중국과 북한의 공식 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촉각을 곧추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국무부 장관 내정에 이어 최근 '슈퍼 매파'인 존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발탁,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대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과 여파에 더 관심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반도 방정식에 본격 개입할 경우 남북미 간 삼각함수로 전개돼 온 비핵화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회담에서 "북·중 친선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관리 문제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강경파로 외교·안보 진영을 새로 짠 시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귀결될 경우 군사옵션 실행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의 등판은 북한으로선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대중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최대의 압박작전에 대한 균열을 겨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나아가 중국이 향후 북미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수위와 비핵화에 따른 '보상'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비핵화 속도전'을 추구하며 협상 국면 주도를 추진했던 미국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실제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번 방문에 대해 중국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반복적으로 말해온 대로 중국은 (대북) 제재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것과 관련해 (북한을) 엄중히 단속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을 준수하는 데 있어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중국이 이를 피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백악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관한 준비에 대해 말하자면 대통령은 많은 영역에 있어 최신 동향들에 대해 파악이 잘 돼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의 전격 방문을 둘러싼 분석도 다양한 각도에서 나오고 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평양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험'을 들고 싶어한다"며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회담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외교가 실패했다'고 선언하면서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좀 더 강압적 접근법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중국과의 관계가 미국의 군사옵션 개시를 막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이 '우방'으로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북미정상회담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외교가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에도 실패할 경우에도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아니겠느냐"며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타진했고 중국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에 따라 추이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선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까워진 북·중, 북미정상회담 변수될까… 촉각 세운 미국
가까워진 북·중, 북미정상회담 변수될까… 촉각 세운 미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