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 단체 결성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를 부르는 말이다. 고 대표가 3D 프린터 사업에 나선 지도 벌써 5년째. 그는 최근 4차 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팩토리 TF(태스크포스)에도 업계를 대표해 참석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단체인 ‘하드웨어얼라이언스’를 설립한 고 대표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고 했다. 한창 사업하기도 바쁜 그가 왜 하드웨어 스타트업 단체를 창립했을까. 고 대표는 “3D 프린터 제조 사업에 뛰어들면서 온갖 문제를 겪었다”며 “업체 간 네트워킹이 부족해 노하우가 공유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국제 스타트업 단체와 협업해 노하우를 공유하려 했지만 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았다”며 “직접 하드웨어얼라이언스를 설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얼라이언스는 업계 전문가의 사례 발표, 제조 노하우 공유, 패널 토의 등으로 구성된 행사다. 참석자를 위한 네트워킹 행사와 제품 홍보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제1회 하드웨어얼라이언스 행사에는 팜테크(농업기술) 기업 엔씽의 김혜연 대표, 구정웅 바른전자 상무 등 업계 종사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고 대표는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함께 뭉쳐서 특정 제조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롱테일’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주문량이 크지 않아 제작 비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스타트업과 국내 제조업체들이 상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도 인건비가 오르고 있어 한국과의 제조 비용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품질 관리 비용이나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국내 제조업체를 선택하는 게 더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이팀벤처스도 제조설비를 중국 선전에서 점차 한국으로 옮기고 있다고 했다. 고 대표는 하드웨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언론의 관심은 크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규제에 민감한 핀테크(금융기술), O2O(온·오프라인 연계), 블록체인 분야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 규제 논란이 뜨겁지만 하드웨어 업체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며 “국내에 하드웨어 사업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앞으로 하드웨어얼라이언스를 통해 노하우 공유뿐만 아니라 자체 콘퍼런스도 개최할 계획이다. 그는 “정보 공유를 위한 플랫폼도 이미 마련한 상태”라며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CNC(컴퓨터수치제어) 가공 업체, 레이저 가공 업체 같은 곳도 참여할 수 있도록 단체를 키우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