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철강을 지키기 위해 자동차가 ‘내주는 카드’로 활용됐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주들이 모처럼 올랐다. 협상 타결로 그간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우려가 한꺼풀 걷혔고,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부각된 것으로 분석된다.

美와의 FTA 협상으로 부진했던 자동차株 모처럼 '화색'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4500원(3.01%) 오른 15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지난 1월 초 이후 2개월여 만에 14만원대로 떨어졌던 주가가 15만원 선을 회복했다.

이날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모비스(5.38%) 기아차(0.95%) 등도 동반 상승 마감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상승 흐름을 보였던 자동차주가 다시 내리막을 탄 것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우려가 불거진 데 이어 FTA 개정 협상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다.

그러나 전날 정부의 협상 결과 발표에 따르면 증권업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던 수출 차량관세 부활과 부품 원산지 규정 강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2021년까지 폐지하기로 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25%) 철폐 시한이 2041년까지 연장됐고,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수입을 허용하는 물량 기준이 제작사별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두 배 늘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픽업트럭 물량이 많지 않고 미국산 자동차업체의 한국 내 점유율도 2016년 기준 3.3%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월 이후 공개될 판매 부진이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지만 올해 신차 효과 등을 고려하면 현재 자동차주는 바닥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0.62배) 기아차(0.48배) 현대모비스(0.80배) 모두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1배가 채 안 된다. 회사가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지배구조 개편 불씨도 살아있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환경을 감안했을 때 올 상반기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재편하기에 적정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의 인적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