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법무법인)들이 자체 싱크탱크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거시경제·금융·경영전략·회계·정보기술(IT)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한 리서치 조직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변호사 이외 전문직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인력을 영입해 로펌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새 시장 찾는다

율촌은 최근 영국 금융전문지 유로머니가 발간하는 법률매체 아시아로가 주최한 제1회 ‘아시아로 아태지역 법률대상’에서 ‘올해의 아태지역 혁신로펌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율촌이 만든 사내 연구 조직인 율촌연구소의 활동을 주목하고 혁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2016년 출범한 율촌연구소는 기업·공공기관 등이 어떤 분야에서 법적 자문과 송무 수요가 있을지를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새로운 법무 시장을 개척하는 곳이다. 핀테크(금융기술), 자율주행차, 드론 등 기술의 발전에 따른 법 제도 정비, 관련 송무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임정준 솔로몬전략컨설팅 대표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전문가 20여 명이 연구소에 소속돼 있다. 율촌연구소는 지난해 ‘청탁금지법 가이드 앱’과 약사법·의료기기법 등의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해당 지출보고서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앱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광장은 경제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해 만든 ‘캐피탈 경제컨설팅그룹(CECG)’을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많은 공정거래법 분야에서 해외 사례와 법리를 분석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를 재판부나 당국에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경제 논리를 근거로 재판부를 설득하는 ‘브레인’ 역할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에서 10여 년간 소송 등을 진행한 신동준 고문(경제학 박사)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김앤장에서 20여 년간 IT산업과 공정거래 경제분석가로 활동한 홍동표 고문(경제학 박사)도 CECG 소속이다. 외부 전문가로는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 정광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광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건설회사와 주류회사 등의 담합·허위광고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액 추정, 허위공시와 분식회계 등으로 인한 주가 하락과 손해액 추정, 화학산업 등의 규제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분석 등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광장은 또 지난해 기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교육기관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도 설립했다. 초대 원장은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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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도 새로운 시각 필요”

김앤장에도 비(非)법률 분야 연구소가 있다.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미래사회연구소가 대표적이다. 김 소장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의 책사로 잘 알려져 있다. 변호사들에게 특정 쟁점에서 법률 외의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하고, 생각의 틀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연초에 김형태 전 자본시장연구원장도 영입했다. 김 전 원장은 김앤장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직함을 갖고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큰 그림’을 분석한다. 지평은 2015년 지평인문사회연구소를 설립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모펀드(PEF)의 분쟁 동향과 유권해석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었다.

별도의 싱크탱크는 없지만 고위 경제관료 출신을 영입해 로펌의 시각을 넓히려는 곳도 있다. 지난해부터 세종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세계경제동향 등을 강의하고 있다. 태평양 고문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로펌 관계자는 “법률가로만 구성된 로펌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활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