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보험연계증권(ILS) 펀드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ILS 펀드에 국내 투자자 중 가장 먼저 투자를 재개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증권운용부는 최근 슈로더인베스트먼트와 스코어인베스트먼트의 ILS 펀드에 각각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재간접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이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LS 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보험사가 발행한 대재해채권(캣본드), 담보부재보험계약(CRI), 산업손실보증(ILW) 등을 사들여 수익을 낸다. 보험사의 리스크(위험)를 대신 지면서 수수료(프리미엄)와 쿠폰(이자)을 받는 일종의 재보험 투자다. 재난이 발생하면 펀드 자금으로 보험사의 손실을 메워준다.

우정사업본부, 지방행정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는 지난해 ILS 펀드에 1500억원가량을 넣었다가 10%가량 손실을 봤다.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직격탄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작년은 미국에서 지난 50여 년 동안을 놓고 봤을 때 손에 꼽힐 만한 대형 재난이 잇달아 발생한 이례적인 해였다”며 “ILS 펀드의 손실도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허리케인 피해 이후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은 올랐다. 보험사의 ILS 상품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ILS 펀드에 다시 대규모 자금을 넣기 시작했지만, 국내 연기금, 보험사 등의 투자는 재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KEB하나은행이 과감하게 ILS 펀드 투자의 물꼬를 다시 튼 셈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ILS 펀드의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3조원가량의 자산을 굴리는 증권운용부가 주도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