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주 전부터 예고된 해고…틸러슨과 달리 '트윗 해고' 전 전화통보
"장광설 늘어놓고 가르치려 드는 맥매스터 태도에 트럼프 짜증"
아프간 증파 밀어붙인 데 트럼프 분노…맥매스터는 북미정상회담에 불만
트럼프와 궁합 안 맞은 맥매스터 …북한·이란·러시아 견해차도
백악관 안보 사령탑으로 활약해온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해임 결정은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라는 게 외신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수 주 전부터 물러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백악관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던 일"이라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마찬가지다.

모두가 맥매스터와 틸러슨이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CNN 방송을 비롯해 현지 언론이 지난 13일 틸러슨 장관의 해임 이후 맥매스터 경질설을 잇달아 보도하며 분위기가 더 뒤숭숭해지자, 백악관은 추가 인사는 없다며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과 며칠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인사를 단행한 것은 '힘 빠진' 맥매스터 보좌관으로서는 5월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이란 핵 합의 파기 여부 같은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NYT는 백악관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기 전에 새 국가안보팀을 채워 넣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퇴진이 빨라진 것은 그의 약해진 입지가 외국 관료들과의 대화에 그림자를 드리웠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맥매스터의 해임과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지명 사실을 공표했지만, 틸러슨 전 장관과는 달리 미리 전화로 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볼턴 전 대사와 만나 NSC 보좌관 자리를 최종 제안하고 몇 분 후 맥매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그간 노고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성명을 내 맥매스터 보좌관을 칭찬하는 글을 올리고, 맥매스터 보좌관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밝힌 것 역시 매끄럽지 못했던 틸러슨 전 장관의 경질 과정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나름대로 예의를 갖춘 교체 과정과 달리 두 사람 사이는 처음부터 겉돌았고,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정책적 견해차가 작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SC 보좌관 임명을 위한 면접 전까지 맥매스터를 한 번도 만난 일이 없었다.

두 사람은 시작부터 '케미스트리'(궁합)가 맞지 않았고, 막후에도 종종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고 NYT는 밝혔다.

WP의 설명은 더욱 구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마다 정례적인 정보 브리핑 외에 별도로 30분 이상을 맥매스터 보좌관의 보고를 받느라 진절머리를 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으며, 때때로 맥매스터의 말을 멈추게 하려고 "다 알아들었소, 장군. 다 알아들었다고"라는 말을 해야 했다.

말이 길고, 완고하며, 가르치려는 듯한 맥매스터의 태도에 질린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맥매스터를 보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 관계자가 WP에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마구 비난했다는 미확인 보도 역시 둘 사이의 개인적 불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11월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맥매스터 보좌관이 7월 워싱턴의 레스토랑에서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유치원생의 지능을 가진 바보, 멍청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지구촌 곳곳의 위기 사태에 대한 해법을 놓고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적인 견해차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시발점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파병을 늘리겠다는 결정이다.

당초 미군 철수까지 고려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강하게 압박해 생각을 바꾸게 한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해 분노했다고 정부 관료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를 원하는 이란 핵 합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맥매스터 보좌관은 대안 없이 핵 합의에서 발을 빼면 안 된다고 맞서왔다.

대북 태도와 관련해서는 '최대 압박' 기조 차원으로 보면 주목할 충돌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맥매스터가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한 트럼프의 결정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시각차가 불화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있다.

WP는 "트럼프와 맥매스터는 이란, 북한과 관련된 정책 문제에서 종종 뜻이 맞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결정타는 러시아에 대한 시각차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모는 없었다'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 맥매스터 보좌관 사이에 뚜렷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증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발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맥매스터 장군은 선거 결과가 러시아인들에 의해 영향받거나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잊었다"고 공개 면박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축하하지 마시오'(DO NOT CONGRATULATE)라고 적힌 백악관 안보팀의 브리핑 메모를 전달받고서도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고 WP가 폭로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졌을 거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백악관 관료들은 NYT에 메모 유출 사건은 맥매스터의 해임과 연관이 없다며 이런 가능성을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