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뿐만 아니라 전통 우방인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에 고율의 철강 관세를 매긴다고 하자, EU는 구글 애플과 같은 미국 정보기술(IT)업체에 디지털 세금을 부과하겠다며 맞섰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체제가 흔들리는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강공책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은 EU에 철강 관세 폭탄 면제 조건으로 5가지를 내세웠으며, 그 가운데 3개가 중국을 과녁으로 했다. EU에 ‘반중(反中)통상동맹’에 동참하라는 압력이다. 미국은 한국에도 ‘미국편이냐, 중국편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것도 ‘한국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국으로선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강국 건설’ 기치로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안보·경제 등 다방면에서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 공세에 맞서 각국에 줄세우기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세계 1, 2위 수출상대국 사이에 낀 한국으로선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궁극적인 대처방법은 다른 게 없다. 대통령부터 통상외교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나라의 힘을 키워 나가야 한다. 안보와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해 나간다면 누구도 우리를 만만하게 대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통상전쟁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을 다변화해야 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WTO와 주요 20개국(G20)회의 등 다자간 협상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