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메시지로 결정에 입김"…트럼프 대선캠프 악용한 듯 페이스북이 유권자의 결정에 입김을 넣는 정치공작에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작동 원리가 주목을 받는다.
페이스북이 지난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캠프와 연계된 데이터 회사에 유권자 개인 자료를 유출해 파문이 일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성향 분석이 어떻게 유권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는지 집중 분석하고 있다.
NYT는 페이스북에서 게시물에 호감을 표시하는 '좋아요'가 심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20일(현지시간) 해설했다.
심리분석 전문가들은 개인이 선호하는 인물, 캐릭터, 영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 그들의 행동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페이스북의 '좋아요' 분석을 근거로 그 이용자들의 성향을 알아낸 뒤 더 나아가 이들에게 특정 메시지를 전달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논란이 된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도 그 원리를 충실히 적용했다.
페이스북에서 얻은 5천만명의 개인정보를 토대로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트럼프 캠프에 제공해 활용하도록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유권자 성향 분석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좋아요' 분석과 그들의 취향, 선호도 등을 묻는 퀴즈를 통해 이뤄졌다.
이를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은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앱을 개발했다.
이는 심리측정센터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성향 분석을 위해 사용한 '마이 퍼스낼러티'(myPersonality) 앱과 흡사하다.
성향 테스트를 하는 이 앱을 다운로드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위치정보, 친구,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자료를 개발자에게 제공하도록 설정됐다.
이 자료에는 페이스북 친구들과 그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연구자들은 퀴즈 내용에 대한 답변 결과와 응답자의 '좋아요'를 비교·분석하며 둘 간 상호 관계성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9년 개봉된 미국 액션 영화 '파이트 클럽'(Fight Club)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경험에 더 개방적이라는 게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 3만2천여명의 참여자 조사와 '행동 모델' 분석을 통해 '좋아요' 10개는 직장 동료보다, '좋아요' 70개는 친구 또는 룸메이트보다 더 정확하다는 점을 알아냈다.
'좋아요' 150개와 300개는 각각 가족, 배우자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내기도 했다.
CA는 이러한 분석 기법을 통해 잠재적 유권자를 겨냥해 자체적인 '행동 모델'을 개발했고 이는 다양한 정치 선거 캠페인에도 활용됐다.
이러한 '행동 모델'은 결국 사람들의 행동을 조종하고 잠재적으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다고 NYT는 분석했다. CA는 트럼프 캠프뿐만 아니라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시절 존 볼턴이 시작한 정치활동위원회와도 함께 일을 했으며 정치적·상업적 활동 영역도 마스터카드와 뉴욕 양키스, 미 합동참모본부 등으로 확대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를 과시하듯 CA는 웹사이트에 "우리는 당신의 유권자들이 행동으로 실천할 방법을 찾는다"란 문구를 걸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CA를 설립해 2014년까지 몸담았던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CA는 사람들의 정신적 취약함에 관한 연구에 초점을 뒀다"며 "그 회사는 온라인에 허위정보 웹을 만들어 사람들이 블로그와 기타 웹사이트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토끼 굴로 들어가게 했다"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와일리는 또 "오늘날 정치적 광고는 특정 유권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CA는 사람들이 의도된 메시지에 자신의 의견이 영향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애를 써 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연구원들은 2013년 취미와 관심 사안, 속성 등에 관한 기호를 통해 성적 지향과 정치적 견해와 같은 개인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