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절인 춘절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30일 새벽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폭죽이 터질 때 발생하는 칼륨 농도가 평상시보다 7~8배 증가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중국의 명절인 춘절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30일 새벽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폭죽이 터질 때 발생하는 칼륨 농도가 평상시보다 7~8배 증가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의 설에 해당하는 중국 춘절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30일 새벽 한반도 상공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1세제곱미터당 50마이크로그램(㎍/㎥) 이상으로 치솟았다. 초미세 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작은 입자로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를 태우거나 미세먼지의 2차 부산물로 발생한다. 크기가 미세먼지의 4분의 1에 불과해 피부나 혈관 세포를 뚫고 들어가 폐와 혈관, 뇌까지 침투해 심장질환, 뇌졸중, 폐질환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초미세 먼지는 검댕이나 생물체 유기탄소, 염소, 칼륨 등 다양한 성분으로 이뤄지는데 이날은 유독 칼륨 농도가 7~8배 이상 올라갔다. 초미세 먼지에 포함된 칼륨은 폭죽을 터뜨리거나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당시 한반도에서 검출된 칼륨이 중국발 초미세먼지 성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0일 발표했다.

최근 10년새 한반도 전역이 미세먼지와 초미세 먼지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출처를 둘러싼 한·중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국내 전문가들은 한반도 공기질 악화의 주범으로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건너온 미세먼지를 꼽고 있다.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사업단에 따르면 한반도 미세먼지의 원인 가운데 중국발 미세먼지는 38%, 북한발은 10%,국내발은 52%로 추정된다. 반면 중국 당국은 한반도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건너간 물증을 대라고 맞서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중국의 춘절 연휴에 해당하는 1월 27일부터 2월 2일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51~100㎍/㎥)수준까지 치솟은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초미세 먼지를 포집하고 그 성분 분석에 들어갔다. 단순히 화학 성분만 분석한다고 발생지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한국과 중국 모두 산업 구조가 비슷해지면서 대기 중에 배출되는 물질 성분이 별차이가 없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대기 흐름만으로 성분을 알기 어렵고 대기질 모델은 실제 관측치와 오차가 커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성분 중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에 주목하고 이를 실시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대기 중에 포함된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물에 녹인 뒤 이온의 이동속도 차이에 따라 물질을 분리한 뒤 그 양을 측정하는 이온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활용했다.

칼륨은 폭죽이 터지고 바이오매스가 타는 과정에서 모두 배출되지만 레보글루코산은 바이오 매스가 탈 때만 배출된다. 따라서 바이오매스가 탈 때는 칼륨과 레보글루코산 농도가 함께 올라가지만 칼륨 농도만 급격히 올라가면 농작물을 태우는 게 아니라 대규모 폭죽을 터뜨렸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1월 측정값에서 레보글루코산 농도는 그대로인 반면 칼륨 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설날에 불꽃놀이를 하지 않는 반면 중국은 대규모 폭죽놀이를 한다. 이를 감안하면 폭죽놀이에서 발생한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정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 먼지가 장거리 이동을 해서 한반도 공기질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중국과의 대화에서 과학적 근거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대기환경’ 4월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현행 일평균 환경기준을 50㎍/㎥에서 35㎍/㎥로, 연평균 기준을 25㎍/㎥에서 15㎍/㎥ 강화하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