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 대책은 노동시장의 근본적·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어떤 개선책도 없이 기존 제도를 약간 손질해 지원 대상·금액을 늘리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조한 정책이다 보니 노동시장의 왜곡을 초래할뿐더러 자칫 직장 내 갈등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 고무줄 지원기준
일반 청년기준 29세, 대책선 34세
전월세 대출 등 기업별 혜택도 달라
정부 대책에서 수혜를 보는 대상 집단은 ‘15~34세 이하 청년’으로 설정돼 있다. 청년고용 지원정책의 근거가 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상 청년의 연령 범위는 15~29세다. 하지만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30~34세 청년도 필요하면 고용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끼워넣었다.
새로운 ‘청년’의 범주에 끼지 못한 35세 이상 신규 취업자는 임금 지원과 세제 혜택, 주거·교통비 지원 등을 전혀 받지 못한다. 불과 한 살 차이로 정부 정책에 따라 연간 최대 1000만원의 소득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청년과 아닌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책별로 대상이 되는 기업 규모 역시 천차만별이다. 전·월세 보증금 등 주거비를 받으려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교통비를 지원받으려면 조금 더 까다롭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새로 붙어서다. 추가고용장려금은 아예 기업 규모에 따라 조건이 세분화됐다. 최소 5인에서 30인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단 한 명을 새로 채용해도 지원받을 수 있지만 30~99인은 두 명, 100인 이상 기업은 세 명 이상 채용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2) 재직자 역차별 논란
신입 연봉, 과장급보다 많아지기도
기존 직원도 임금인상 요구할 듯
기업 현장에서는 막대한 정부지원금을 받고 입사하는 신입직원과 기존 직원 간 ‘연봉 역전’이 걱정된다는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경기지역 한 산업단지에 있는 A기업은 신입직원 초봉이 연 2500만원이다. 만약 올해 이 회사에 34세 이하 청년 B가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B는 기본연봉에다 최대 1035만원에 달하는 정부의 연봉 보조를 추가로 받게 된다. 정부와 기업이 중소기업 신규 취업 청년의 목돈 마련을 위해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연 800만원)에다 근로소득세 감면(연 45만원), 전·월세 주거비 지원(연 70만원), 교통비 지원(연 120만원) 등을 받을 수 있어서다.
A기업 8년차 과장급 직원 C의 연봉은 3500만원 선이다. 새로 입사한 B의 기본연봉을 포함한 실질소득(연 3535만원)이 선임 직원 C의 연봉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입직원의 실질연봉이 자신들보다 더 높다는 걸 깨달은 기존 직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해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3) 지원 종료 후 썰물 이직·해고
4년차땐 연간 800만원 소득감소
2021년 고용시장 불안 심화 우려
지원책이 종료되는 2021년 이후 정책의 향방도 물음표로 남는다. 정부는 “그때쯤이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극심한 청년취업난이 진정돼 이런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청년취업난이 3~4년 내에 진정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조건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입사 후 4년째부터 갑자기 정부 지원이 끊겨 임금이 800~1000만원가량 줄어들면 청년 입장에선 더 이상 근속할 유인이 없어져 ‘썰물 이직’ 현상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추가고용장려금 등 ‘당근’을 보고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린 기업들이 정책 종료 후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4) 면세자 양산
입사 5년 이하 소득세 100% 면제
면세자 비율 더욱 높아질 듯
이번 대책으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양산될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에 대해 부여하는 근로소득세 면제 비율을 현재 3년간 70%에서 5년간 100%로 확대하는 한편, 입사한 지 5년 이하 재직자에 대해서도 잔여기간 소득세를 전액 감면(연 150만원 한도)해줄 방침이다. 이 경우 이미 세제혜택 기간이 끝난 2013년 입사자도 올해 다시 소득세를 감면받는 길이 열린다.
현재도 면세자가 8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정부 스스로 깨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4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을 훨씬 웃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