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3차 협상을 앞두고 내놓은 압박용 발언으로 풀이된다.

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주리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서 한 30분짜리 연설이 담긴 음성 녹음본을 입수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들과의 무역에서 매우 큰 적자를 보면서 그들을 보호한다”며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덧붙였다. FTA 개정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금 행사에서 한국 외에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을 겨냥해 이들 국가가 수십 년간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맹렬한 공격을 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강한 경제를 구축했음에도 낡은 무역 규정을 이용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기업이 자국 소비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술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한·미 FTA 개정 3차 협상이 15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되고, 다음달 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8차 협상이 열리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했다. 안보 이슈를 지렛대로 무역협정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NAFTA 개정 7차 협상이 한창인 와중에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모든 교역국에서 들어오는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8일 이런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NAFTA 개정 협상이 잘 되면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부과 예외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15일간의 유예 기간에 교역국들이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는지 보겠다”며 “군사문제와 관련해 어떤 나라는 비용을 잘 지급하고, 어디는 잘 지급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안보와 관세부과 문제를 연계할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