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진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노동신문은 13일 ‘미국이 쏘아올린 무역전쟁의 신호탄’이란 제목의 정세해설 기사에서 “최근 미 집권자가 자국이 수입하고 있는 철강재에 25%, 알루미늄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관세가 세계 무역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美) 집권자’라고 표현한 것이다. 과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늙다리 미치광이’ ‘전쟁 미치광이’ ‘테러 왕초’ 등 온갖 원색적 비난을 쏟아부었다. 그나마 점잖은 표현이 ‘트럼프 패거리’였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사절단을 통해 전달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한 이후부터 미국을 겨냥한 비판 수위와 논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날을 기점으로 북한 매체에선 대미 비난 관련 기사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지난 10일 노동신문이 “우리에게는 그 어떤 군사적 힘도, 제재와 봉쇄도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사설을 실은 게 전부다. 내용에서도 기존 대미 비난 기사보다 훨씬 강도가 약해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