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외교 재개 앞두고 제언…"남북·북미관계 적절하게 맞춰가야"
전직 6자회담 수석대표들 "북핵 완전한 신고와 검증이 중요"
4∼5월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되면서 장기 교착상태였던 북핵 해결 프로세스의 재개를 앞둔 가운데, 북핵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전직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 확인과 전면적인 핵·미사일 신고,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2006∼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불분명한 것이 문제"라며 "핵 포기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을 확인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앞으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예비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말하는 비핵화의 조건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인데, 비핵화 조치와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 간에 선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그것을 확인해서 최종적으로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직접 확인받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핵화 목표를 이룰 때까지 대북 제재가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면 북한은 비핵화를 계속할 동인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핵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2005년 초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사항들을 포함하는 완전한 신고와 검증에 입각한 핵동결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람들은 핵 동결을 아주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데 사실 과거 이뤄진 동결은 동결의 최종 합의에 실패한 채 적당히 일방적으로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핵무기와 ICBM의 위치와 규모 등을 모두 신고하고 그것을 감시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동결"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핵무기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밝히고 나면 그것은 폐기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북한의 완전한 핵신고와 검증에 입각한 동결은 핵폐기 수순에 밀착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이 가진 핵역량을 다 공개하는 신고를 하고 사찰을 받을 경우 체제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할 것"이라며 "핵동결과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 문제가 큰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2011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 전 대사는 "최상부의 결단에 따라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데, 비핵화 등과 관련한 후속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미국의 기존 외교·안보 조직과 실무 라인들의 의견과 주문이 전면에 나올 것이고, 디테일(세부사항)에서 애로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 기존 조직과의 협의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또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 속에 우리가 북·미를 서로 붙여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단번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닌데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며 "'북미 간에 정상회담까지 하게 됐으니 남북관계에서 과감하게 밀고 나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한미간에 엇박자가 생길 수 있으니 적절하게 맞춰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