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지역경제는 참으로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자고 나면 문을 닫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그나마 버티고 있던 섬유산업 등 지역산업도 직격탄을 맞으며 끊임없이 쇠락해갔습니다. 원인은 지역산업의 뿌리가 튼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케일업(Scale-up) 대구·경북] "20년간 1800여개 경북기업 도왔죠"
문영백 경북테크노파크(경북TP) 지역산업육성실장(사진)은 “이때 조심스럽게 등장한 정책이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이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1999년 공채 1기로 발을 들여놓은 뒤 20년 가까이 지역산업, 기업 성장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며 경북TP의 역사와 함께했다. 그는 “TP가 지역 밀착형사업이 아니고 정부 주도형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면 분명 실패했을 것”이라며 “지역기업의 곁에서 지방정부의 산업정책과 지역산업 육성 사명을 감당했기에 오늘의 TP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경북TP와 함께한 기업은 총 1800여 개. 문 실장은 이들 기업의 성장을 최일선에서 도왔다. 그는 “PBI, 글로벌 강소기업, 월드클래스300, 패스트트랙(사업화 신속지원), 산업단지 입주기업 지원 등 TP만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2001년 창업해 한국 마스크팩의 효시가 된 제닉, 카스트엔지니어링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캐나다 매니토바주 OCN 인디언 자치구에 식물공장시스템을 수출한 사례가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식물공장 수출은 한국과 캐나다 교류협력사업의 대표적 성과로도 꼽힌다.

문 실장은 국책사업 유치에도 많은 실적을 냈다. 2012년 식물공장산업생태계 조성, 2013년 무선전력전송 산업기술기반 구축, 2016년 지역기반 게임기업육성사업을 총괄 기획했다.

2013년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공동으로 기획한 무선전력전송 산업기술기반사업은 경북TP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전기자동차, 가전, 로봇, 드론, 의료 분야에 핵심기술로 적용되는 무선 충전 기술의 시험인증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192억원을 확보했다. 그는 “사업 유치를 위해 RIST, 전기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포스텍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이 30번 이상 기획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TP가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 실정에 맞는 유망산업을 발굴해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기업에 착근시키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문 실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경상북도 청년일자리창출의 핵심사업인 경북청년창업지원센터장을 맡으며 매년 50개 팀의 청년창업가를 발굴해 청년 최고경영자(CEO) 육성에도 주력해왔다.

경산=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