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수석특사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2박4일 일정으로 방미(訪美) 길에 올랐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안보·정보 관련 수장들과의 만남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도 추진한다.

정 실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미 목적과 관련해 “우선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을 약속했다는 추측에 대해 “아직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할 단계까지 와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공개하지 않은 미국 측에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아는 사람은 6명(문 대통령과 특사단 5명)뿐”이라고 했다.

정 실장, 서 원장과 미국 측 인사들의 면담은 총 세 차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 도착과 함께 가장 먼저 미국 측 안보·정보 관련 수장 두 명을 만날(2+2) 것”이라고 말했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부처 장관 3명과 ‘2+3’ 형태의 회동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나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직접 설득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다녀왔는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됐다”며 “남북 간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한고비를 넘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손잡고 북한과 대화하며 한 걸음씩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며 “그것이 진정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