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윤집궐중(允執厥中)의 의미를 새길 때
4000년 전 중국 순(舜)임금이 우(禹)에게 나라를 물려주면서 16자의 당부 말씀을 했다. 人心惟危(인심유위), 道心惟微(도심유미), 惟精惟一(유정유일), 允執闕中(윤집궐중). 쉽게 풀이하면 ‘인심은 사납고 법과 원칙도 사라졌으니 정신을 집중해 극단에 치우치지 말고 중용으로써 나라를 잘 다스리라’는 말이다. 새삼 전설 속 순임금을 인용한 것은 세상 이치가 4000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고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맞는 좋은(?) 비유 같아서다. 이 말을 최근 증권시장에 대입하면 이렇다. “투자자들의 마음이 위기에 처했고 전문가들조차 횡설수설하고 있으니 오직 기업 가치 판단 하나로 집중해라. 시간이 지나면 제값대로 돌아갈 것이니 중심을 잘 잡아라”다.

2월 초 미국 뉴욕발(發) 공포가 순식간에 전 세계를 강타했다. 사실 뉴욕 증시의 ‘고(高)평가’에 대해서는 그 사이 갑론을박이 많았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지수인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까지(전문가마다 다른 수치를 제시하지만) 치솟았다. 이는 미국 100년 평균 PER인 14~15배보다는 거의 50% 정도 비싸고 역사적으로 본다면 대공황과 ‘닷컴 버블(dot-com bubble)’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새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높아(?)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도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사상 최고로 많이 팔린 변동성지수 관련 파생상품이 촉매제 역할을 했고 지수 변동에 따른 자동매매 시스템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런데 최근 ETF 규모가 미국 전체 펀드의 40%에 달해 이제는 사실상 파생상품이 ‘몸통’이 됐다. 그래서 시장의 변동성이 극단으로 움직이는(swing) 구조다. 국내 주식시장도 ETF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무튼 최근 미국 시장의 조정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단골로 등장하는 ‘참을 수 없는 전문가들의 가벼움’도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월가는 주원인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속한 금리 인상을 꼽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지난 10년간 디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선진국은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렸다. 그리고 제발 물가가 올라가 달라고 기우제를 드리듯 빌었다. 그래서 소원대로(?) 물가가 2% 수준을 살짝 넘기니까 반대로 금리가 올라간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국 시장 자체가 고평가돼 조정받고 있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또 그런 측면이라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미국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은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을 이번 조정의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개그 수준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본다면 기업들은 물가가 올라야 좋다. 적절한 임금 인상과 인플레이션은 경제엔 활력소다. 당연히 자산가격도 오르게 돼 있다. 반면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모든 경제학자가 부정적이다. 물가 하락이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 부진과 임금 하락의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겨우 2%대 인플레이션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면 도대체 경제를 어떻게 운용하란 말인가. 이 와중에 국내 시장은 바이오와 정보기술(IT)을 빼고는 그 사이 오른 것도 없는데 미국의 기침에 그저 머리 처박고 눈치만 살피고 있으니 변두리 인생의 서러움이다.

지난 30년을 돌이켜 보면 우연인지 몰라도 보수정권 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었고 진보정권 때는 자산가격 폭등을 경험했다. 또 이는 10년 주기의 불황, 호황과도 일치한다. 진보정권 1년 차에 한국 자본주의는 도덕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에게 행운이다. 또 그래야 대주주도 산다. 여기에 시장도 적절한 조정을 하고 있다. 반면 세계 경제는 10년 슬럼프를 벗어나고 있다. 적절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은 주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윤집궐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