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3·1절 휴일을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정책전문관 직위를 신설했다는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를 뿌렸다. 한 주 앞서 언론에 내놓은 보도계획에도 없던 내용이다. 정책전문관에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인 노태석 비서관이 임명됐다. 금융위 내부는 갑작스럽게 생긴 자리로 술렁였다. 금융위가 행정안전부에 1년 가까이 실무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반면 정치권 출신 인사 자리는 바로 신설됐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 보좌진 채용한 금융위

금융위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도 최근 행안부 협의를 거쳐 정책전문관 자리를 일제히 신설했다. 장관급 부처를 중심으로 정치권 인물들이 주로 포진한 ‘정책보좌관’ 자리가 각 위원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들 정책전문관이 ‘여소야대’라는 국회 상황에서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법안 통과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있는 반면 청와대와 국회가 각 부처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한 ‘감시관’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는 정책전문관 역할에 대해 “정책분야별 대외소통과 협력 강화, 국회 입법 및 심의과정 지원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정책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국정참여 촉진 △국내외 금융 유관기관 등과의 교류협력 지원 및 정책사례 연구 △금융정책 관련 법령 제·개정, 정기 예산·결산 및 추경예산 등 국회 입법 및 심의 과정 지원 등을 주요 업무로 꼽았다. 직급은 전문임기제 가급(4급)에 해당한다.

금융위 내부에선 굳이 정책전문관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다. 정책전문관 역할이 이미 내부에 있어서다. 특히 금융위를 감시해온 정무위 소속 의원의 측근이 해당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게 ‘특혜’처럼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도 “전형적인 여당 자리 만들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회 역시 속속 정책전문관을 임명하고 있다. 방통위도 정책보좌관과 같은 기능을 하는 ‘정책연구위원’ 직위를 신설해 지난달 초 이남표 민주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선임했다. 공정위와 권익위도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공정위 정책전문관 후보로는 민주당 당직자인 김범모 수석전문위원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주요 과제인 저출산 극복 컨트롤타워를 맡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장윤숙 사무처장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이다.

“감시관이다” vs “정무 판단에 활용”

정책보좌관 제도는 2003년 4월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 각 부처를 감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란 지적과 함께 부처의 정책 입안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라는 두 가지 평가가 공존했다.

현재 각 위원회의 정책전문관들을 포함해 정책보좌관을 둔 정부 부처는 총 21곳이다. 총 38명이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책보좌관이 도입된 노무현 정부 시절(2004년 기준)보다 더 늘었다. 당시엔 18개 부처가 정책보좌관을 뒀다. 정책보좌관 중 정치권 출신 인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노무현 정부 당시 60% 수준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90% 수준까지 늘었다.

정책보좌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관료 출신 장관은 정치권과 소통할 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상대적으로 정치권을 잘 아는 인사가 정무적인 보좌를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에서도 국회 업무 과정에서 노 정책전문관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일부 있다.

그럼에도 부작용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정책보좌관 대부분이 정치권 출신 인사이다 보니 정부 부처의 군기를 잡거나 감시관 역할을 하기 위해 임명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부처 내부에서도 인사 적체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외부 출신 인사가 고위급 자리 하나를 만들어 차지하는 모양새를 반기지 않는다. 한 부처 관계자는 “결국 정책보좌관이 국회와의 관계 개선이나 정책 입안 과정에서 역량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박신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