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절 기념식서 만난 추미애·홍준표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3·1절 기념식서 만난 추미애·홍준표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치권이 또다시 ‘늑장국회’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광역의원·기초의원 정수를 조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당장 2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지방의원 출마자들의 선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여야 정치권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8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전격 합의해 놓고도 본회의에서 처리에 실패했다. 2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지방선거 사무일정을 위해 이날 반드시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선거법 개정안의 심의를 맡은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김재경 위원장이 반발하면서 사태가 꼬였다. 김 위원장은 소위원회를 거친 법안을 의결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채 1시간 동안 연락을 끊었다. 가까스로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안상수 의원이 뒤늦게 제동을 걸면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진 끝에 밤 12시를 5분 넘겨서야 겨우 통과시켰다. 28일이 마지막인 임시국회 시한을 결국 넘긴 것이다.

여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5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국회의원 선거구 변경과 지역별 인구 증가 등을 반영해 개정된 선거법은 광역시·도 의원을 현행 663명에서 27명 늘어난 690명으로, 구·시·군 기초의회 의원을 2898명에서 29명 늘린 2927명으로 규정했다.

회의 당시 안 의원은 “인천 지역에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고 했고, 나 의원은 “국회의원은 8석이 늘었는데, 왜 시·도의원은 27석이나 늘었나. 납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관계자는 “법적으로 공직선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13일까지는 선거구 획정안을 완성하도록 규정돼 있어 이미 늦어졌음에도 여야가 서둘러 논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2월 국회에서도 무려 한 달여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임시국회 마지막날에서야 이 같은 논쟁이 불거진 것은 그동안 헌정특위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불발의 책임을 한국당에 돌리며 강하게 비판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일부 의원 반대로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안상수 나경원 의원 두 사람 때문에 293명 의원 전원이 무기한 대기했다”며 “자기 지역구에 (지방의회 의석) 1명만 줄어든다고 계속 따지는 안 의원, 한국당 대표로 소위에서 합의를 다 해놓고 딴소리를 하는 나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선거법 개정안 처리 불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개정 선거법의 기한 내 처리 무산에 따른 불편은 출마 예정자들에게 돌아갔다. 어깨띠 착용, 선거홍보용 명함 배부 등이 가능한 예비후보 등록제가 2일부터 시행되지만 선거구 조정대상 지역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는 조정 전 지역에 먼저 후보 등록을 한 후 선거법이 개정되면 다시 신청을 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우선 현행 선거구에 따라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이후 법 개정에 따라 선거구가 변경되면 예비후보자가 출마 선거구를 (다시)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입후보 예정자가 선거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알 권리도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