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공휴일 유급휴가… 기업들 "숨 좀 쉬게 해달라"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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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산업현장에 메가톤급 쇼크
인력 충원없이 법 지키려면 생산 줄여야
중소기업 "이대로는 못 견뎌…해외 나갈 것"
연간 15일 유급휴가 시행도 중소기업에 큰 타격
50인 사업장 연 추가 부담 최소 4500만원
인력 충원없이 법 지키려면 생산 줄여야
중소기업 "이대로는 못 견뎌…해외 나갈 것"
연간 15일 유급휴가 시행도 중소기업에 큰 타격
50인 사업장 연 추가 부담 최소 4500만원
2018년 1월 최저임금 16.4% 인상, 7월 주당 근로시간 한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300인 이상 사업장), 2019년 1월 최저임금 인상(예정), 2020년 1월 공휴일 유급휴가 제도 시행(예정)….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노동 정책이 속속 입법화되고 있다.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소득 수준 향상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에 ‘메가톤’급 부담을 지우는 정책들이다.
“올 것이 왔다지만…”
27일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300인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올해 7월부터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제도다. 주야간 맞교대와 근무관리 같은 인사 시스템 전반에 ‘메스’를 대야 하는 제도인데도 이를 대비할 시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제도 개편 시험대에 올라야 하는 300인 이상 근로자 수는 255만 명에 달한다. 국내 전체 근로자의 15.1%에 해당한다. 3년4개월 후인 2021년 7월엔 전체 노동자의 80%가 넘는 1384만 명이 주 52시간을 넘어 일할 수 없게 된다.
경제계에서는 중소기업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월산업단지에서 도금업을 하는 신정기 에스케이씨 사장은 “우리 업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데 근로시간까지 줄여놓으면 생산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줄어들면 노사분규가 빈번하게 일어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A사의 K사장은 “종업원 50명이 넘는 우리 공장은 2020년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지만 당장 시행을 전제로 계산해 보니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약 3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주 최대 68시간 근무하는 30대 후반 근로자의 월 임금이 현재 360만원(휴일할증 포함)에서 248만원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영세 사업체가 몰려 있는 식품업계도 수익성 악화와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은 급식산업이다. 자동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력을 추가로 뽑으면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자동화가 많이 이뤄진 대기업도 이익이 반토막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소업체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걱정 많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도 크다. 특히 기존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면서 소매업, 숙박업, 음식점 및 주점업, 미용업 등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제조업체에서는 6시간을 일하면 그만큼 생산량이 나오지만 유통업 서비스업에선 어느 날은 손님이 없고 어느 날은 손님이 많아 근로시간이 들쭉날쭉하다”며 “이런 차이를 별로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겐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공휴일 유급휴가’로 인한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다. 국경일, 명절, 어린이날 등 공휴일 유급휴가를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휴일을 무급휴가 처리해온 전체 대기업의 10%, 중소기업의 30%(추정)에 해당하는 기업은 연간 15일 안팎의 ‘공휴일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보장해도 근로자 한 명당 90만36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50인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연간 45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오는 7월부터 시행 대상인 대기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신세계 등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자체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근무시스템 변화에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생산직 대상으로 주야간 맞교대를 시행하고 있는 종업원 600여 명의 한 중견기업은 어쩔 수 없이 3조2교대 또는 4조3교대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근로자 한 사람이 평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 주말에 한 번 10시간짜리 특근을 하고 있어 주 근로시간이 총 60시간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일단 150여 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뽑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비용 부담보다도 숙련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좌동욱/조아란 기자 leftking@hankyung.com
27일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300인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올해 7월부터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제도다. 주야간 맞교대와 근무관리 같은 인사 시스템 전반에 ‘메스’를 대야 하는 제도인데도 이를 대비할 시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제도 개편 시험대에 올라야 하는 300인 이상 근로자 수는 255만 명에 달한다. 국내 전체 근로자의 15.1%에 해당한다. 3년4개월 후인 2021년 7월엔 전체 노동자의 80%가 넘는 1384만 명이 주 52시간을 넘어 일할 수 없게 된다.
경제계에서는 중소기업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월산업단지에서 도금업을 하는 신정기 에스케이씨 사장은 “우리 업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데 근로시간까지 줄여놓으면 생산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줄어들면 노사분규가 빈번하게 일어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A사의 K사장은 “종업원 50명이 넘는 우리 공장은 2020년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지만 당장 시행을 전제로 계산해 보니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약 3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주 최대 68시간 근무하는 30대 후반 근로자의 월 임금이 현재 360만원(휴일할증 포함)에서 248만원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영세 사업체가 몰려 있는 식품업계도 수익성 악화와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은 급식산업이다. 자동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력을 추가로 뽑으면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자동화가 많이 이뤄진 대기업도 이익이 반토막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소업체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걱정 많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도 크다. 특히 기존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면서 소매업, 숙박업, 음식점 및 주점업, 미용업 등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제조업체에서는 6시간을 일하면 그만큼 생산량이 나오지만 유통업 서비스업에선 어느 날은 손님이 없고 어느 날은 손님이 많아 근로시간이 들쭉날쭉하다”며 “이런 차이를 별로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겐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공휴일 유급휴가’로 인한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다. 국경일, 명절, 어린이날 등 공휴일 유급휴가를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휴일을 무급휴가 처리해온 전체 대기업의 10%, 중소기업의 30%(추정)에 해당하는 기업은 연간 15일 안팎의 ‘공휴일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보장해도 근로자 한 명당 90만36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50인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연간 45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오는 7월부터 시행 대상인 대기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신세계 등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자체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근무시스템 변화에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생산직 대상으로 주야간 맞교대를 시행하고 있는 종업원 600여 명의 한 중견기업은 어쩔 수 없이 3조2교대 또는 4조3교대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근로자 한 사람이 평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 주말에 한 번 10시간짜리 특근을 하고 있어 주 근로시간이 총 60시간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일단 150여 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뽑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비용 부담보다도 숙련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좌동욱/조아란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