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대란’에 ‘물가대란’이 겹치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물가는 물가대로 올라 주머니 사정이 더 어려워진 사회적 약자끼리 줄어든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사업주 형편과 지역·업종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하고 획일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은 줄고, 물가는 급등한 탓이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표방한 정책들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와 준비 부족 등으로 여기저기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새벽 통과시킨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다르지 않다. 정치권은 “노사의 주장을 적절히 배려했다”고 자평했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또 한 번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이 대다수인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똑같이 당장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16시간 줄여야 한다. 특별연장근로를 포함,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받는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 대책을 세우기에 시일이 촉박하다고 아우성이다. 대기업들도 연구인력 등에 대한 탄력근로제 도입이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되는 7월 이전에 처리될지 불투명하다. 기업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이 ‘제2의 최저임금 인상 사태’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이유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확대(3개월→1년)와 ‘뿌리산업’에 대한 근로자 파견범위 확대 등이 시급하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정책이 가져올 후유증을 최소화할 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초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만 해도 곳곳에서 ‘노노(勞勞) 갈등’을 키우고 있다.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의 본사 직접고용 논란은 정부의 정교하지 못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사례다. 획일적인 입시제도와 ‘공정한 기회 제공’에 몰입된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도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들이다. 정부가 자유로운 경쟁보다는 근로자 권리와 복지 등 명분에 집착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기업 사기를 떨어뜨리고 경영 의욕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명성’에만 초점을 맞춘 개혁을 몰아붙이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현장에 귀를 기울여 현실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근로자들의 삶도 개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