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조기 상용화로 글로벌 시장 선점
차이나모바일
2030년 5G 최강국 도약 목표
NTT도코모
IoT·인공지능 등 5G 생태계 구축
한·중·일을 대표하는 1위 통신업체 SK텔레콤,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의 최고경영자(CEO)들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과 기조연설에 잇따라 나서 5G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시장마다 5G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차, 로봇 등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웠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파트너십 체결도 이어졌다. ◆도쿄올림픽 맞춰 5G 띄우는 일본
NTT도코모 전시장에선 5G의 초저지연성(신호 전달시간이 매우 짧은 특성)을 이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봇이 사람 움직임을 따라 종이 위에 붓으로 5G를 의미하는 한자 ‘五’를 써나갔는데, 사용자와 로봇이 5G망으로 연결돼 시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5G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도쿄올림픽에서 평창동계올림픽보다 한 차원 높은 5G 기반의 스포츠 중계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요시자와 가즈히로 NTT도코모 사장은 “5G는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드론,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와 ‘5G 오픈 파트너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데 610개 기업이 관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도요타와 손잡고 5G 커넥티드카(초고속 통신망과 연결된 자동차)를 제작하기로 했다. 건설사 중장비의 원격제어, 대학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원격의료 등도 연구하고 있다.
◆‘5G 굴기’에 수십조원 쏟아부은 중국
통신기술 분야에서 수준이 늘 뒤처지던 중국은 5G를 통해 굴기(起·우뚝 섬)를 꿈꾸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5G를 상용화하고, 2030년 5G 최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와 함께 5000억위안(약 85조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MWC 기간 노키아, 에릭슨 등 굵직한 통신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상빙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정보통신기술(ICT)산업 혁신은 어느 기업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여러 업체와 긴밀하게 협업해 5G 시장 파이를 더 키우고 각국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 거세지만 현재로서는 3G와 4G에 이어 5G 상용화도 한국이 가장 먼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은 내년 3월을 목표로 세계 첫 5G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당초 2019년 12월이 목표였으나 아홉 달 앞당겨졌다. 조기 상용화에 성공하면 표준기술을 선점하고 시장을 장악하기가 훨씬 유리해진다. 정부는 올 상반기 5G 주파수 경매를 마칠 계획이다. 한국의 조기 상용화에 자극받은 주요 국가가 잇따라 5G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5G 망은 국부 창출원이자 국격”
SK텔레콤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5G는 물질과 정보기술(IT) 세계를 연결하는 최초의 인프라 스트럭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첫 5G 인프라를 도입하면 혁신적인 기업과 인재가 한국에 몰려들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5G 망은 곧 그 나라의 국격”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올해 MWC 전시장을 ‘퍼펙트 5G’라는 주제로 꾸며 5G 기지국을 설치한 뒤 360도 영상통화를 시연했고 자율주행차도 공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5G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0년 378억달러(약 40조원)에서 2025년 7914억달러(약 845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홍범 KT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장은 “3GPP(세계이동통신기구)의 5G NR 표준이 나오면서 서비스와 기술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통신사들이 더욱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임현우/유하늘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