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이어 종교계까지… 경찰 '미투' 수사 본격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가 종교계로까지 번지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경찰은 온라인상에서 폭로가 있었던 19명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른 시일 내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수사의 핵심은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폐지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경찰은 또 공소시효 등이 지나 처벌이 어렵더라도 제기된 의혹은 전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본격 수사 착수…조만간 영장 청구도”

문화예술계 이어 종교계까지… 경찰 '미투' 수사 본격화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들 위주로 현재 19명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정식으로 수사나 내사에 들어간 게 3건, 조만간 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사안이 1건”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배우 조민기 씨와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의 혐의다.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 대표는 이날 경찰에 체포됐다. 경남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조 대표를 체포하면서 극단 사무실 압수수색도 동시에 벌였다.

조씨는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성추행·성희롱한 혐의다. 충남청 여청수사계는 피해자 진술, 피해사실 확인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청은 2014년 지역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의 내사에 들어갔다.

그 밖에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건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대표, 하용부 밀양연극촌 촌장, 오태석 목화 대표 등 16명이다. 경찰은 고소·고발이 들어온 사안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성폭력 피해 폭로글, 언론 보도, 관련 제보 등을 살펴본 뒤 공소시효(강간·강제추행 10년, 특수강간 15년, 특수강도강간 25년) 완료 여부 등을 확인하고 수사를 검토할 계획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선 경찰서에서는 서장(총경)이, 지방경찰청에서는 2부장(경무관)이 직접 수사를 관장하기로 했다.

◆옛일 많아… 어디까지 처벌 가능할까

폭로된 혐의를 수사하고 처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건이 벌어진 시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한 뒤 6개월 이내에 신고하고 처벌 의사를 밝혀야 처벌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성범죄 친고죄는 2013년 6월 이후 폐지돼 그 뒤에 발생한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이 없더라도 기소할 수 있다. 다만 친고죄 폐지 이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소급적용되지는 않는다.

현재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2013년 6월 이후에 일어났거나 피해자와 피해사실이 명확한 경우다. 나머지는 사건이 너무 오래됐거나 피해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우, 혹은 피해자·가해자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우선 사실관계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이윤택 전 대표의 경우 피해 사건이 대부분 2001~2010년에 발생해 당장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미성년자 친고죄가 2008년 2월 폐지된 점도 변수다. 또 범행 당시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19살 성년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가 계산된다. 조증윤 대표는 미성년자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 범행이 이뤄진 데다 성년이 된 이후로 공소시효(10년)를 따지면 2021년까지여서 수사 전환이 가능했다. 이 청장은 “최대한 사법적 처리가 가능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